'여성성불론'비구니 승가의 설립' 등 비구니 국제학술대회서 집중 조명

최근 30년 비구니 승가 괄목할 만한 성장 이뤄

학계, 현장 이러한 분위기 반영

한국 비구니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간 자본주의 사회와 가부장적 문화의 영향으로 비구니들은 '여성성'을 부정하는 한편, 성취보다는 '무명'을 내세우는 데에 익숙해 있고, 비구니 연구의 빈곤과 어려움 또한 자료의 부족뿐 아니라 전통적 비구니 사회의 소극적, 은둔적 분위기에 있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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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만에서 열린 제7차 세계여성불자대회에 참석한 한국비구니 스님들이 회의를 경청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안양 한마음선원(원장 대행스님)에서 3일간 열린 비구니 국제학술대회는 이러한 인식의 틀을 깨고 비구니들의 역할, 성취, 역사 등을 공론의 장에 올렸다. 베아타 그란트(미국 워싱턴대 아시아근동 어문학과 교수), 미리암 레버링(테네시대 종교학과 교수), 바바라 루시(콜럼비아대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교수) 등 25명의 세계적인 불교 연구자들이 참석해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 불교 전통에 나타난 비구니의 수행과 역할에 대해 집중 조명한 이번 대회는 '한국 불교사에서 여성의 역할과 성취' '제도의 변화와 한국 비구니 승가의 설립'등 다섯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이화여대 사학과 김영미 교수는 '고려시대 비구니 활동과 진각국사 혜심의 여성성불론'을 통해 고려 후기까지만 해도 여성은 성불할 수 없다는 '오애설(五碍說)'과 여인의 몸으로는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고 사후 남자 몸을 얻어야 가능하다는 '변성남자설(變成男子說)'을 반박하는 진각국사 혜심(惠諶·1178∼1234)의 '여성성불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중국의 원, 청, 명 시대 임제계 니승들에 대한 연구, <삼국사기>에 나타난 신라의 비구니 승직 '도유나랑', 근대에서 여성의 불교 경험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 김일엽(1896∼1971), 유교 사회와 남성 우월적 불교의 위계질서 속에서 불교 성직자이자 여성으로서 주변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조선시대 비구니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한 연구가 발표됐다.

이번 대회를 5년 전부터 구상해 온 조은수 교수(45·미시간대 아시아언어 문화학)는 “한국 비구니 승가가 최근 30년 내에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며 “이는 수차례에 걸친 승가개혁 과정에서 비구니들이 보여준 집단적 응집력과 경제력의 확보로 비구니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수행과 대사회적 활동의 폭을 넓히게 된 데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교수는 “여성의 역할과 지위가 급격히 제고되면서 비구니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친 점, 가정과 개인간의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갈등의 미세함을 읽을 줄 아는 여성 성직자들이 신도들과의 의사소통에서 보다 설득력을 갖게 된 점도 비구니 승가가 발전한 이유” 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8월 전국비구니들의 종합수행 도량이자 구심처인 전국비구니회관이 개관한 데 이어 다음달 27일에는 제8차 세계여성불자대회가 김포중앙승가대에서 9일간 열리는 등 비구니의 활동도 불교계 안팎으로 활발해진다.

제8차 세계여성불자대회 기조 연설을 맡은 광우 스님(전 전국비구니회 회장)은 “교단 내는 물론 일반사회에서 여성불자들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비구니의 경우에도 수행과 포교면에서 활동량과 그 폭이 더욱 다양해진다”며 “비구니 팔경계법에 묶여 법단에 올라 설법하는 것조차 터부시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비구니가 교수가 되어 비구를 가르치고 있다”고 감회를 전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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