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여성 창작자 가산점’은 왜 차별이 아닌가
영진위 ‘여성 창작자 가산점’은 왜 차별이 아닌가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8.04 23:15
  • 수정 2022-08-10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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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관련 진정 기각 결정, 왜?]
한국영화 감독·제작자 80% 이상은 남성
제작비 30억 이상 영화, 여성 감독은 4.1%뿐
영진위, 여성 영화인력·여성서사 지원
‘성평등 지수’ 제도 2021년 도입
그러나 “역차별” 반발도 극심
인권위 “구조적 여성 영화인 차별 심각...
개선 위한 적극적 조치로 봐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 지원사업에서 여성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에 가산점을 주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성평등 지수’ 제도는 차별이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극심하게 기울어진 한국영화산업을 바꿀 수 있는 “적극적 조치”라고 봤다.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성평등 지수 제도는 차별”이라는 진정을 지난 8월 14일 인권위법에 따라 기각 결정했다. 인권위가 이 진정을 접수한 2021년 11월 말로부터 약 9개월 만이다.

성평등 지수 제도는 2021년 도입됐다. 한국영화산업에서 여성 인력과 여성 주도 서사 비율을 늘리자는 취지에서다. 여성이 감독, 프로듀서, 작가로 참여한 영화나 여성 주연의 여성서사 작품에 가산점 1점~5점이 주어진다. 남성 감독이나 작가도 주요 창작자로 여성 인재를 기용하면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적용 대상은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사업 등 6개다. 

뜬금없는 정책이 아니다. 영진위는 2018년부터 국내외 데이터 수집과 연구를 거쳐 제도를 마련했다. 스웨덴, 영국 등 선진국들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진위는 애초 스웨덴영화협회가 시행하는 주요 창작자 성비 50:50 의무화 정책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영화계 미투(#MeToo)운동을 포함해 지속된 영화계 내 성차별·성폭력 문제 제기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다. 2009년~2018년 개봉한 한국영화 1433편 중 여성은 감독 11.5%, 제작자 15.7%, 프로듀서 23.4%, 주연배우 33.9%, 시나리오 작가 25.0%, 촬영감독 7.1%에 불과했다. 순제작비 30억 이상 상업영화 감독 중 여성은 4.1%뿐이었다(영진위, 한국영화 성평등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2020). 

그러나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반발이 일었다. 영화인들 사이에서 “작품성이 아닌 성별로 평가하겠단 건가”, “투자가 절실한 건 여성만이 아니다” 등 의견이 나왔다. 남성 지원자 ‘역차별’론도 확산했다. 2021년 1월 22일엔 “영진위 '성평등 지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제기됐다.

2020년 12월 1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1년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 발표 영상 중 ‘성평등 지수’ 관련 내용 일부. ⓒ영화진흥위원회
2020년 12월 1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1년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 발표 영상 중 ‘성평등 지수’ 관련 내용 일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주관하는 ‘벡델데이 2021’이 2020년 7월 1일~2021년 6월 30일까지 개봉작 중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를 통과한 10편을 발표했다. 벡델 테스트란 영화 성평등 측정 지수를 뜻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주관하는 ‘벡델데이 2021’이 2020년 7월 1일~2021년 6월 30일까지 개봉작 중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를 통과한 10편을 발표했다. 벡델 테스트란 영화 성평등 측정 지수를 뜻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한국영화감독조합

인권위 “구조적 여성 영화인 차별 심각...
영진위 제도는 개선 위한 적극적 조치”

인권위는 어떻게 봤을까. 성평등지수 제도는 “여성 영화인에 대한 구조적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이며, “현존하는 차별 개선을 위한 특정한 집단의 잠정적 우대에 해당하기에 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영화산업 내 여성 종사자들은 성별 직무분리, 성별 임금격차, 남성 중심 네트워크에서 소외, 성희롱 등에 직면해 있다”며 “영화 현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이런 불평등이 비가시화됐고, 영화산업의 수직적 구조 때문에 여성 영화인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덧붙였다.

또 “이러한 여성 배제와 여성 인력의 무기력 상태는 핵심 창작자 등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더욱 두드러진다”며 “남성 편중적 영화계 현장에서 남성 스태프들은 여성 스태프의 역할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견제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진위는 반발 의견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사업 실무자인 주성충 영진위 한국영화성평등소위원회 본부장은 2021년 2월 발간된 「월간 한국영화 128호」 인터뷰에서 “모든 정책이 시작부터 100% 동의를 받아서 가기는 어렵다. 사업 초기에는 다양한 비판도 있고, 지원자들의 불편 사항도 충분히 예상된다”며 “다양한 의견들을 조정해가면서 분기별로 평가해 개선점을 보완해나갈 방침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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