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법 강의차 방한한 '평화 전도사' 마샬 로젠버그 박사

폭력을 언어로 순화하는 사람들

'언어폭력'이란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성, 인종, 계급 등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언어폭력은 어느새 물리적 폭력보다 정교하게 우리의 일상에 자리잡았다. 최근 이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화법으로 비폭력 대화법(NVC·Non-Violent Communication)이 주목받고 있다. 비폭력 대화법이란 '가슴으로부터 주고받는 흐름에 기반한 연민의 대화'라는 의미로, 전문가들은 이 대화법을 실천하면 부정적 사고방식이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변하고 불쾌하고 괴로웠던 인간관계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며, 개인, 집단, 가족, 학교, 정당, 국가간에 발생하는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생활 속의 작은 평화운동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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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대화법은 공격하고 비판하는 것이지만, 비폭력 대화법은 누군가 내가 듣기 힘든 말을 해도 그 사람의 느낌과 말하는 배경을 보고 상황을 이해한 다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화법입니다.”

15일부터 24일까지 한국여성개발원에서는 국내 상담가와 대학교수, 강사, 판화연구가 등 40여 명의 수강자들을 대상으로 비폭력 대화법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마샬 로젠버그 박사(74) 초청 지도자 훈련(IIT·International Intensive for Traing) 강의가 진행됐다.

◀마샬 로젠버그 박사가 강의에 사용하는 도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기린의 귀'는 말한 사람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며 듣는 것이다.<사진·민원기 기자>

20일, 수업을 마치고 만난 마샬 로젠버그 박사는 진지하고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비폭력 대화법의 정의와 효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비폭력 대화법'이란 자기 자신을 평화롭게 대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평화를 주는 대화법이다. 이는 상대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로젠버그 박사가 예로 든 일명 '기린의 귀'처럼 말한 사람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그 다음 자신의 느낌과 요구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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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 로젠버그 박사가 한국의 상담가,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비폭력 대화법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비폭력 대화법은 개인, 그룹, 국제 간의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중재에 많이 쓰이고 있으며, 1984년 로젠버그 박사가 설립한 '참대화 커뮤니케이션 센터'(CNVC·Center for Nonviolent Communication)는 100명이 넘는 교육자들을 보유하고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중동, 부룬디, 세르비아, 북아일랜드,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시에라리온, 크로아티아 등 30개국에서 평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인종·종교·이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르완다, 중동, 나이지리아, 북아일랜드, 미국 등 다양한 분쟁지역을 발로 뛴 로젠버그 박사는 비폭력 대화법의 철학적 바탕을 묻는 질문에 그것은 '누가 묻느냐'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비폭력 대화법에는 팔레스타인, 유대교, 기독교, 불교 등 세계 여러 철학이 공명합니다. 비폭력 대화법은 또한 아주 직설적이고 강력한 화법입니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이 없고 다른 사람의 자유를 위협하는 강요가 없습니다. 그 대신 개인이 변하고 가족이 변하고 마지막엔 사회를 변화시키는 화법이죠.”

로젠버그 박사에 따르면 비폭력 대화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비폭력'은 우리의 마음에서 폭력이 사라졌을 때 자연적으로 우리 안에 생기는 연민의 상태를 말한다. 이는 인간의 본성은 서로의 삶에 기여할 때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 믿는 로젠버그 박사가 고민해 온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이 질문은 첫째, '왜 사람들은 이 본성을 잃고 서로 폭력적으로 착취하면서 사는가'. 둘째, 그런 반면 '어떤 이들은 어떻게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연의 인간성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유지하는가'다. 로젠버그 박사는 두 가지를 연구하는 동안 우리가 대화를 할 때 쓰는 말과 대화방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달았다.

현재 여성주의 집단을 포함, 우리가 처한 '위험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활동하는 여러 단체와 힘을 모으는 로젠버그 박사는 24일까지 진행되는 강의를 마치고 제일 먼저 달려갈 곳으로 미국을 꼽았다. 세계에서 제일 고통받는 곳이 미국이며 부시 대통령 그 자신이 세상의 많은 폭력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부시 스스로 자기 자신을 쫓아내고 있습니다.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을 본 미국인들이 장님이 아닌 이상 다시 부시를 뽑을 리는 없죠. 데니스 크니시 같은 미 대통령 후보는 국방부가 아닌 평화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평화운동 하는 이들이 그런 생각을 밀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로젠버그 박사는 미국의 평화활동가들이 지금과 같은 처벌 위주의 사회정의보다는 회복적 사회정의에 힘쓰고, 전지구적으로 확산되는 선진국 위주의 경제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출생인 마샬 로젠버그 박사는 1961년 위스콘신대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비교종교철학을 연구했다. 현재 스위스의 와사홀렌호프를 근거지로 비폭력 대화법 훈련과 분쟁 중재를 위해 전세계를 순회하고 있다.

비폭력 대화법의 네 가지 단계

【 관찰 】 자기 비판이나 생각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

- 내가 관찰하는(보고 듣고 기억하고 상상하는 것), 나의 행복에 기여하는 (혹은 기여하지 않는) 구체적인 행동: “내가 (보고, 듣고) …… 할 때”

- 당신이 관찰하는(보고, 듣고, 기억하고, 상상하는 것), 당신의 행복에 기여하는 (혹은 기여하지 않는) 구체적인 행동: “당신이 (보고, 듣고) …… 할 때”

【 느낌 】 내가 느낀 것을 제대로 자각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 이 행동과 관련하여 나는 어떻게 느끼는가: “나는… 느낀다”

- 이 행동들에 관련해 당신은 어떻게 느끼는가: “당신은… 느낍니까?”

【 욕구 】 인간의 모든 느낌은 내면의 어떤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 내 욕구를 직접적

으로 표현하는 것

- 나의 느낌들을 생성해 내는 욕구, 가치관, 소망, 기대, 혹은 생각들의 형태로 나타나는 삶의 에너지: “나는… 필요로 하기 때문에…”

- 당신의 느낌들을 생성해 내는 욕구, 가치관, 소망, 기대 혹은 생각들의 형태로 나타나는 삶의 에너지: “당신은 무엇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 부탁 】 내가 필요한 것을 구체적으로 부탁하기

- 내가 원하는 구체적인 행동: “나는 당신이… 했으면 합니다.”

- 당신이 원하는 구체적인 행동: “당신은 내가… 했으면 좋겠습니까?”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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