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브페미, 대자보 철거한 인하대 비판 성명
"페미니즘 검열하는 ‘순수한’ 추모는
안전을 약속할 수 없다"

익명의 인하대 학생 A씨가 지난 25일 붙인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사진=익명의 인하대학교 학생 A씨 트위터)
익명의 인하대 학생 A씨가 지난 25일 붙인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사진=익명의 인하대학교 학생 A씨 트위터)

인하대가 학내 성차별적 대학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의 익명 대자보를 철거한 것을 두고 "페미니즘 검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는 2일 ‘페미니즘 검열하는 ‘순수한’ 추모는 안전을 약속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인하대의 대자보 철거를 비판하면서 인하대를 비롯한 모든 대학과 우리 사회가 차별을 인정하지 않았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니브페미는 “뜯겨나간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과거 대학 내 단톡방 성희롱과 스토킹 사건 이후를 떠올리며 학내 만연한 페미니즘에 대한 낙인을 딛고 성차별을 직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부독재 시기 학생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모습에 비판 여론이 일자, 28일 학교 당국은 구체적인 게시물 부착 및 철거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승인‧허가제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고 ‘기관 및 단체의 명예를 손상하는 게시물’이 부적합 게시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유니브페미는 ”사건 이후 연대의 목소리를 모으는 학생들의 대자보는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사건이 있었던 공과대학에서 2차피해 방지 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학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쏟아지는 혐오표현에는 손을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는 사건 이후 구성원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겠다는 당국의 입장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물론 대학 내 성폭력도, ‘순수한’ 추모와 그렇지 않은 추모를 분리하며 성폭력 사건을 ‘뜻밖의 사건’으로 바라보는 태도도 인하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껏 수많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은폐되는 동안, 대학과 사회는 사건에 대한 페미니즘적 관점이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는 것처럼 착시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실존적 차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현상적 갈등을 핑계 삼아 사건의 본질을 회피하는 한, 제대로 된 추모와 재발방지책 마련은 어렵다. 인하대를 비롯한 모든 대학과 우리 사회는 차별을 인정하지 않았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안전하고 평등한 대학을 위한 논의를 이끌고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니브페미는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순수한’ 추모 대신 차별을 차별이라 부르기 시작한 익명의 인하대 학생들에 연대함으로써 고인을 애도할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5일과 26일 인하대에는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 ‘성차별을 성차별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제목으로 학내 성차별 문화를 고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그러나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26일 인하대 측은 승인되지 않은 대자보라는 이유로 이를 모두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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