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삶의 주체가 된 녹색 풀뿌리 생활정치운동

공동육아 활동을 시작으로 '생협' '동네부엌'으로 확대되는 성미산의 경험은 여성의 삶의 조건에서 발생하는 생활적인 문제의식을 담아냄으로써 여성-생태주의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빠들의 생활글쓰기 모임인 '아빠책방'도 생기고, 엄마들이 중심인 생협활동에 아빠들이 적극 가담함으로써 남성들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이후 '성미산 카센터'도 설립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들은 지역 내의 일자리가 창출됨으로써 여성들의 일찾기에도 기여하고 여성의 자립에도 도움이 되었으며,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사회적 의미도 지닌다.

아무리 번듯한 이념과 정책을 갖추어도 대다수 여성의 삶의 조건에서 발생하는 생활적인 문제의식을 담아내지 못하면 표피적인 윤택함과 평등을 넘어서기 힘들다. 또 환경운동을 기반으로 한 녹색정치에서 여성이 주체가 되는 이유는 여성이 풀뿌리 생활정치의 주체라는 것이다.

여성-생태주의의 정책은 '성인지적인 다중적 접근'이 요구된다. 즉 젠더뿐 아니라 에코젠더(eco-gender)의 관점이 필요하다. 에코젠더의 관점은 '남성중심성' 인식하기에서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반생태적/ 반생명적 남성중심성' 인식하기로 재개념화될 수 있다, 성미산 사례는 개발과 성장위주의 도시계획, 즉 반생태적/반생명적 남성중심적 개발계획에 반대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에코-젠더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 활동으로는 개발반대 의사를 밝히는 서명운동과 청원활동, 용역회사와의 몸싸움, 지방자치 선거참여 등으로 지역의 정치세력을 형성하게 됐고, 선거에서는 당선되지는 못했으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출마자들 대부분에게서 '성미산 지키기'라는 명분을 받아냈으며,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성미산 활동의 지역적 토대를 만들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성미산이라는 현안에서 확대해 마포지역 전체의 지역활동가의 모임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여성들의 생활적 요구에서 시작하여 아빠들의 참여, 지역으로의 확대, 정치세력의 형성 등 성미산은 아직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여성-생태주의의 정치적 가능성을 유감 없이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최선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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