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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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발부받은 영장으로 그와 연동된 클라우드까지 압수수색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수색할 장소'의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저장된 전자정보 외에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별도로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특정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8~2020년 11차례에 걸쳐 불법촬영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은 A씨의 사기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그의 동의를 얻어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내역 등을 확인하고 있었다. 경찰은 A씨가 휴식시간에 대화내역을 삭제하자 경찰은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검색하던 중 카메라 등 폴더에 불법촬영물로 의심되는 사진과 동영상을 발견해 이를 확보했다. A씨가 위법한 압수수색이라 주장하자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임의제출된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불법촬영물을 압수했다.

또 경찰은 A씨 클라우드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 당시 경찰은 영장에 PC 하드디스크와 외부저장매체를 압수할 물건으로, A씨의 주거지를 수색 장소로 각각 기재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보한 A씨 휴대전화에 로그인돼 있는 구글계정을 통해 A씨 클라우드에 접속해 불법촬영물을 확보했다.

A씨는 재력가 또는 변호사 행세를 하며 피해자 3명으로부터 4100만여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경찰이 A씨로부터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불법촬영물을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A씨는 사기 혐의 수사를 받던 중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으므로 해당 범죄와 관련이 있는 증거만 압수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이 불법촬영물을 발견했다면 새로운 영장으로 압수했어야 했고, 나중에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는 절차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심은 임의제출된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증거와 관련한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다른 불법촬영, 사기 등을 유죄로 인정해 각 혐의별로 징역 4개월, 10개월, 10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A씨의 1심 사건을 병합 심리한 뒤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하면서 징역 1년6개월로 형량을 낮췄다.

클라우드는 PC 등 정보처리장치와 통신망으로 연결된 일종의 외부 서버다. 개인의 PC나 휴대전화와는 소재지, 관리자, 저장용량에 큰 차이가 있다.

즉, 수사기관이 클라우드를 압수수색하려면 영장에서 '외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할 물건으로 특정해야 하며, PC나 휴대전화만 기재돼 있다면 클라우드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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