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노래 ①

버자이너 모놀로그

보지가 말은 한다면? 옷을 입는다면?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보지의 독백'.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없는 한이 홍길동에게 있다면 우리에게는 성기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위선이 있다. 보지는 유일한 순수 우리말이다.

한자어로는 '음문(陰門)', 영어로는 'vergina'라고 하면 좀 고상하니? 밀교의 교주 같은 배우 서주희한테 홀려 연극을 보고 충격도 먹고 감동도 먹고 깨달음도 얻고 질문도 던졌다. 나의 보지에 대해 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 왔는가. 어떤 대접을 해줬는가. 무시? 모른척? 무관심? 학대? 필요할 때만 이용? 불결? 수치? 외면? 원망? 귀찮아? 불편? 두려움? 아픔? 별로 아는 게 없네.

'오늘 산부인과 갔어요. 옆에 붙은 화면으로 나의 질, 자궁경부, 처음 봤다!(심봤다?) 붉은 빛깔의 동그스름하고 도톰한 표면이 꼭 달 표면 같더만요. 이쁘고 측은하고. 복잡한 심정. 어디가 클리토리스여? 나 아직 그것도 몰라요.'- 수정님

본 적도 없거나 봐도 흘깃 보았다면? 우선 정성 들여 향기롭고 여유롭게 목욕을 한 다음 차분하게 조용한 방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만든다. 다리를 벌리고 작은 손거울로 비춰 보라.

대음순은 젖가슴과 엉덩이와 마찬가지로 지방이 두툼하게 언덕을 이루고 스펀지 같아 흥분하면 혈액이 들어찬다. 임신중에는 순환하는 혈액량이 두 배나 늘어나 자주색으로 변한다. 지방은 탄력성이 있어 섹스시의 압박과 충격을 흡수한다. 음순은 겨드랑이처럼 땀을 흘리며 체열을 발산하므로 독특한 음모가 무성하다.

성기의 바깥쪽에서도 기름과 밀랍 성분이 나와 병원균을 막아주고 마찰열로부터 보호하는 매끄러운 코팅제 피지를 분비한다. 소음순도 흥분하면 두 배쯤 부풀어 조지아 오키프의 칼라 꽃잎처럼 활짝 벌어진다. <네 안의 아마존을 찾아라>를 보면 가지각색의 성기모양이 그려져 있다. 하나도 똑같지 않고 좌우대칭이지도 않다. 각양각색이다. 자기 것이 흉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거울을 꺼낸 김에 그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유명호 / 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자습서 <살에게 말을 걸어봐>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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