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상담 여성이 절반…빚자살·이혼 등 가정 위협

은행연합회·신용정보사 이용한 가족부채확인 확산

배드뱅크·워크아웃제 등 신용회복 맞춤서비스 봇물

“빚은 불어나는데 건설업체에서 일하는 남편은 몇 개월째 월급도 못 받고, 직접 나가서 일하자니 임신중이라 불가능하고…정말 농약이라도 마시고 싶은 심정입니다.”

“남편이 빚을 져 카드로 돌려 막다가 신용불량자가 되더니 이젠 제 명의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라고 종용합니다. 갚을 능력도 없는데 저까지 신용불량이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신용불량자들의 모임인 '신불연대'(http://cafe.daum.net/next0307)나 '안티배드뱅크'(http://cafe.daum.net/antibadbank) 등의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몇십 건씩 안타까운 사연들이 올라온다. 특히 여성들의 사연은 생활고 등으로 채무를 지더라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전전긍긍 하다가 피해가 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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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만 가는 여성채무자, 생활고가 최대 원인=신용회복위원회에 상담을 신청하는 여성채무자의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김승덕 신용회복위원회 홍보팀장은 “3월 말 현재 376만 상담건수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량으로 전월 대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물론 일부 젊은 여성층에서는 과소비로 인한 채무 경향이 나타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나 남편의 실직에 따른 카드 사용, 불의의 사고 등으로 인한 채무사용 등 생활고로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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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팀장은 또한 “특히 남성에 비해 여성들의 사회참여 비중이 떨어져 대출 등의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추세는 남편이나 가족의 연체 및 신용불량 등에 따른 채무임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때문에 평소 가족들의 신용도나 부채 상태를 파악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선적으로 가족의 채무를 파악하게 되면 소액일 경우에는 발 빠르게 변제해 신불자 등록을 방지할 수 있으며, 금액이 클 경우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팀장은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일단 신불자가 됐다면 우선 숨기지 말고 주위에 알리고, 신용회복위원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상담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경우라도 우선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가족채무 파악은 어떻게=개인과 가족의 부채는 은행연합회 전산망에 접속, 확인이 가능하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과 카드 자료 등이 축적돼 있고 신용불량자 등록, 말소가 모두 은행연합회 전산망에 수록돼 가장 공신력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정보원, 서울신용평가정보 등 전문 신용정보회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면 은행연합회의 기본 신용정보에 통신비 연체 등 각 회사들이 축적한 자료까지 더해진 부채정보까지 조회가 가능하다. 신용조회 이용료는 보통 1만원 정도.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 역시 문화일보 등이 전개하고 있는 '우리 가족 부채 확인 운동'에 동참, 무료나 할인된 가격으로 정보를 조회해 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맞춤' 프로그램으로 신용불량 탈출=신불자의 경우 취업조차 힘들어 빚을 갚기는커녕 오히려 가족 대출이나 사채 등으로 더 큰 빚을 지게 되기 십상이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각계에서는 다양한 신용 회복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신용회복지원제도는 모두 5가지.(표 참조) 개별 금융기관의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제도, 한마음금융의 배드뱅크, 법원의 개인 채무자 회생제도 그리고 개인파산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신불자들이 이들 제도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실질적으로 도움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 금융감독원은 각 금융기관에 이들 제도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창구에 비치하는 한편, 신용불량자에 대한 '원스톱 상담 서비스'를 실시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번 서비스 도입에 따라 빠르면 이달 말부터 신용불량자들은 각 금융기관 지점에서 주민등록번호만 대고도 자신의 부채액수와 연체기간, 상환능력 등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그야말로 '맞춤' 프로그램을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이성재 금감원 신용정보실장은 “일각에서는 신용회복지원제도가 모럴 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이 제도들은 상환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신용불량자들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정상적으로 금융거래에 복귀, 신용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희·김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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