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리 여성신문사 이사장이 추천한구삼열 아리랑 TV 사장

“여성·장애인·외국인 등 다양성 포용 지구촌 고통 함께 짊어져야 세계 일류”

● 추천의 변 구삼열 아리랑 TV 사장은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 활동과 외국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성평등이 생활화돼 있고, 보통 한국 남자들과 이야기할 때 부딪히는 '벽'이 느껴지지 않는다. 부인인 첼리스트 정명화씨와 부부관계에서도 서로의 활동을 존중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리랑TV 사장 취임 후 “간부회의에 여성이 1명도 없다”며 여성 등용과 승진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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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구에선 여성 채용이나 승진이 더 이상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남자 직원의 근무시간은 8시간, 여자직원의 근무시간은 6시간이 이상적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될 정도다. 여성은 직장일 외에도 가사와 자녀교육 등 복합적인 임무를 수행하니까. 심지어 유엔 내부에선 아인슈타인 같은 탁월한 남성이 지원하기 전에는 남자는 뽑지 말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지금과 같은 여성의 세기에 남성은 시대적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웃음).”

◀ <사진·민원기>

지난 12월 1일 임기 3년의 사장으로 취임해 아리랑 TV를 세계와 한국이 소통하는 채널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구삼열 사장이 아리랑 TV 안팎에서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여성,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등 소수계층과 어울려 일할 수 있는 방송사 분위기 조성은 구 사장이 기획하는 아리랑 TV 운영의 핵심키워드. '차별 없는 선택'이란 전제조건하에 여성할당 등 마이러니티에 대한 배려와 혜택이 시대적 요구와 필요라는, 어쩌면 다소 급진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국제기구 전문가로서 경력과 세계시민으로서 삶의 이력이 그대로 묻어나는 경영전략이다.

“우리 사회는 여성, 노인, 청소년과 어린이 등을 배제한 성인남성만, 전체 구성원의 3분의 1만을 활용하는 기형적 구조”라고 일침을 놓는 'GS 리더 구삼열 사장을 서울 서초동 아리랑 TV 사무실에서 만나 성인지적 관점에 대해 다양하고 즐거운 소통시간을 가졌다.

- 6개월 동안 아리랑 TV를 이끌어왔다. 취임 초 세계와 소통하는 방송을 표방했는데 운영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세계와 어울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이고 IT 분야는 세계 선두라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세계 인구의 절반과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20억 인구의 고통에 동참하고 같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외원조 규모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06%로 OECD 회원국의 평균인 0.25%에 턱없이 못 미치는데, 이렇게 해서는 한국이 주류에 설 수 없다. 세계는 한국이 곧 이 방향에 동참할 것이라는 점을 알려 국가이미지를 제고하고, 세계의 추세를 우리 젊은이들에게 전해줘야 하는 것이 국책방송인 아리랑 TV의 역할이다.

- 아리랑 TV에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을 영입하는 인사구조의 선진화 노력도 같은 맥락인가.

취임 초 사장, 부사장, 본부장, 팀장 등이 모두 참여하는 간부회의에 참석했는데, 한 사람의 여성도 없다는 사실에 섬뜩해졌다. 그래서 팀장은 아니지만 네트워크 운영팀에서 일하는 여직원을 참석시켜 회의 초반에 세계의 피드백을 말하게 했다. 또 신규채용에서 여성을 우선 뽑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 1명도 최근 채용했다. 실제 외국 사람과 같이 일하고 사는 문화 속에 있어야, 방송프로그램에도 그러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다양성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개인과 모두에게 이익이란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아리랑 TV는 타방송사에 비해 여성의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보도국 기자 36명 중 28명이 여성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며, 아리랑 TV 프라임타임 뉴스로서 밤 10시 뉴스와 아침 뉴스를 여성 앵커가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간판급 프로그램인 'Let's Speak English' 'The Contenders' 'Heart to Heart' 등의 진행자도 여성이다.

-평등하고 여성친화적인 운영방침은 그동안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에서 활동해 온 영향 덕인가.

이미 유엔 기구에서는 50대 50의 남녀비율이 철칙처럼 돼 있고, 기구의 성격에 따라 여성들이 남성보다 많은 경우도 적지 않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여성장관들의 경우, 1주일에 2∼3일은 집에서 컴퓨터로 집무를 본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이제야 여성 할당을 통해 여성장관을 임용하고 여성 국회의원이 증가돼 정치 미개국 수준을 겨우 면했다. 앞으로 30%를 넘어 50% 여성할당을 도입하는 한편, 이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 등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여성할당 등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역차별로 생각하는 남성들에게 '세계시민'으로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오랜 세월 누적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할당 등 제도적인 조치는 불가피하다. 여성이 취업을 하면 남성의 일자리가 하나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옹색하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치 더하기, 빼기는 할 줄 아는데 미분, 적분은 못하는 것과 같다. 크게 보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 아닌가.”

■ 구삼열 사장은

1965년 <코리아헤럴드> 기자로 출발, 미 AP통신의 본부편집인, 유엔특파원, 유럽특파원 등 언론인 생활을 거쳐 UN공보처 국장, UN본부 특별기획본부장, 유니세프 한국, 일본 겸임대표 등을 역임했다.

슈퍼우먼은 '신화' 일 뿐

부부 행복코드는 '타협'

■구삼열 사장의 가족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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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인 첼리스트 정명화 씨와 두 딸 꽃별, 꽃샘.

“일에 대한 도취와 정열이 서로 멋있어 보여” 결혼에 골인하게 된 구삼열·정명화 부부. 이후 두 사람은 해외를 오가는 '원거리' 부부로 살아가면서 “파트너십은 곧 타협”이며 “이 세상에 슈퍼맨, 슈퍼우먼은 없다”는 진리를 통해 결혼생활의 균형과 화합을 모색하게 된다.

“사회생활도 잘하고 아내와 엄마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회에서 그런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겐 24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이다.”

구삼열 사장은 AP 특파원 시절, 세계적인 첼리스트 정명화씨(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를 만나 1970년 뉴욕에서 결혼했다. '세계인'으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다 보니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 사장은 결혼 전, '하우스 허즈번드'도 좋다고 제안할 만큼, 아내의 잦은 해외연주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기분이 좋다'는 게 구 사장의 간단명료한 답이다.

구 사장에게 남녀평등은 체화된 일상이다. 딸만 다섯이었던 그의 외할아버지는 구 사장의 어머니를 비롯한 딸들을 모두 대학교육을 마치게 했고 외국 유학까지 보낸 개화기 선각자다. 어머니는 평생 교육자로 사회활동을 했고, 이모인 박용길 여사는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어머니 역시 2남 2녀의 남매를 차별 없이 키웠다. 이모부인 고 문익환 목사가 지어준 한글 이름 꽃별, 꽃샘의 두 딸 역시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례다. 결혼한 큰딸 꽃별은 미국에서 보수가 적은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다. 둘째 꽃샘은 평화봉사단으로 카리브해 작은 섬에서 2년 이상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이탈리아 소렌토의 유명 식당에서 디저트 셰프로 일하고 있다.

김선희 기자sonagi@

*1만명 여성리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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