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부동산 밀집 상가에 종부세 상담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시내 부동산 밀집 상가에 종부세 상담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학생 때 어떤 과목을 좋아하셨나요? 저는 미술과 사회를 좋아했는데요, 사회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과목일 수 있지만 선생님이 열성을 다해 가르쳐주신 덕분에 무척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 환율의 오르내림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리와 인플레이션 관계, 그래프로 경제를 읽는 방법 등 그때 배운 경제에 관한 기초 지식이 그대로 살아 있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계효용의 법칙이었는데요, 음식이 여러 가지 있을 땐 제일 맛있는 것부터 먹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재치 있는 비유가 귀에 콕 박혔습니다. 이런 선생님의 고마운 가르침에도 어릴 적 배움만으로는 경제를 이해하는 데 당연히 한계가 있습니다. 경제 기사를 읽기도 만만치 않고요. 특히 세금과 관련된 내용은 숫자와 어려운 용어가 섞여 있어 읽을 때 두려움마저 느끼게 됩니다.

관심 쏠린 종부세와 소득세 개편안

지난 7월 21일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손보고 있는데요, 개편안 발표를 즈음해 언론과 포털은 관련 기사들로 뜨거웠습니다. 개편안의 요점을 짚으며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상세히 알렸지요. 많은 분이 관련 기사들을 보셨을 텐데요, 특별히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소득세에 눈길이 쏠렸을 것 같습니다. 당장 내 지갑에서 나가는 돈의 액수가 달라지니 관심이 클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요, 독자들께서는 개편안 내용이 쉽게 이해되시던가요? 저는 몇 번을 읽어도 문맥상 대충 이해하는 데 그쳤습니다. 용어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나만의 문제인지 궁금해 주변에 물어보았습니다. 특별히 종부세가 “주택의 수에서 합산 가액으로 기준이 바뀐다”는 내용을 두고 ‘가액’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고 싶었지요. 1주택자와 다주택자, 똘똘한 고가의 1주택자에게 질문을 해보았는데요,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대충 이해한다”고요. 그리고 “가액의 의미는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단어가 만든 문턱

종부세 개편안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액’의 한자를 알아야 했습니다. 사전과 포털을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특별히 종부세 또는 세금과 관련해 ‘가액’의 한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지요. 국립국어원에 문의도 해보았고,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법령도 찾아보았습니다. 관련 기사들도 체크해 보고요. 결론은 확인하지도, 찾지도 못했습니다. 모두 한글로만 쓰여 있었기 때문이지요. 한글로 표기하는 게 우선이라 하더라도 가액처럼 한글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단어는 한자를 함께 쓰는 게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정확한 뜻을 확인 못 했으니 ‘가액’을 세제 개편안의 문맥 안에서 유추해볼 수밖에요. 집값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하니 가액의 가는 ‘집 가(家)’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걸리는 단어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값 가(價)를 쓴 ‘가액(價額)’입니다. ‘물건의 가치에 상당한 금액’이라는 뜻으로 이 단어도 배제할 순 없었지요. 나중에 알게 됐지만 법에서 가액은 대부분 ‘價額’이 맞더군요.

‘합산 가액’을 ‘집값의 총합’으로 설명했다면

단 한 글자의 뜻을 몰라 종부세 개편안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저 ‘대충’ 이해했을 뿐이지요. 처음부터 ‘합산 가액’이란 어려운 말 대신 소유한 ‘집값의 총합’ 정도로 풀어 썼다면 이해하기가 수월했을 것 같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이 경제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여야의 의견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지는 알 수 없다고 하고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기는, 무엇보다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시행되었으면 합니다. 또 이러한 내용이 공공언어로 국민에게 전달될 때 언어의 무게까지 더해지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곽민정 방송사 보도본부 어문위원<br>
곽민정 방송사 보도본부 어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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