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사 할당제’ 8월 시행… 30% 시대 열어라
‘여성 이사 할당제’ 8월 시행… 30% 시대 열어라
  • 권묘정 기자
  • 승인 2022.08.02 08:15
  • 수정 2022-08-02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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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자본시장법 시행]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
이사회 특정 성별 독식 금지
기업 내 성별다양성 확보가
생산효율성을 향상에도 기여
ⓒfreepik,pch.vector
8월 5일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다. 2020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됐다.  ⓒfreepik,pch.vector

8월 5일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 172곳은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다. 2020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됐다. 그동안 ‘남성 일색’이던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도 다양성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이 법을 시작으로 여성 임원을 단순히 성별을 상징하는 ‘토큰(token·징표)’ 정도로 여기지 않고 유럽연합(EU)처럼 ‘여성 이사 40% 의무화’로 가는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4월 기준 자산총액 2조원(172곳) 이상 상장사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둔 기업은 142곳(82.6%)이라고 밝혔다. 올해 여성 사외이사 비율만 20.9%로, 지난해 말 13.3%에 비해 7.6%포인트(p) 늘었다. 이들 회사가 올해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 172명 중 여성도 68명(39.5%)에 달했다. 

최근 사외이사로 선임된 여성 인사들을 보면 △애경그룹지주회사 AK홀딩스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삼성엔지니어링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GS건설 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 △신한금융지주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경제학부 교수 △우리금융지주 송수영 세종 변호사 △LG디스플레이 강정혜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화시스템 황형주 포스텍 교수 △효성중공업 윤여성 KAIST 경영대학장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옥정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특임교수 △롯데정밀화학 김미영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등 전직 관료·교수·법조인이 이름을 올렸다.

여성 사외이사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내 다양성이 경영의 효율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주요 요소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킨지가 2020년 발표한 보고서 ‘다양성의 승리(Diversity wins : How inclusion matters)’에서는 15개국 10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별이나 인증 다양성이 높은 기업이 낮은 기업보다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2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자산 2조원 미만의 기업들은 올해 전체 사외이사 891명 중 63명만 여성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4.8%에 그쳤고, 작년 말 대비 증가 폭도 0.8%p에 불과했다.

2022년 상장사 여성 사외이사 보유 현황 ⓒCEO스코어
2022년 상장사 여성 사외이사 보유 현황 ⓒCEO스코어

전체 여성 임원 비율도 한 자릿수다. 기업분석전문 조사기관 리더스인덱스는 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53개 기업의 여성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중은 6.3%(915명) 수준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이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2월 딜로이트 그룹은 전 세계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이 19.7%라고 발표했다. 한국의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은 7.5%다. 구체적으로 국내 상장사 2212개(4월 13일 기준)에서 여성 사외이사가 2명 이상인 곳은 한국가스공사, 크래프톤, 풀무원,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 LG화학, 삼성전기 등 36개 법인(1.63%)을 제외하고 나머지(98.37%)는 모두 여성 사외이사가 1명에 불과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내 성별 다양성은 필수다. 해외 주요 거래소, 의결권 자문사, 기관 투자자은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여성 이사를 선임을 못 박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는 올해 ‘주주총회 투표 관련 최고경영자 서한’에서 “모든 글로벌 기업은 이사회에 1명 이상의 여성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 호주의 주요 주가지수 종목 포함 기업들이 내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 전까지 이사회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울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요구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역시 2018년부터 투자 지침에 이사회 내 다양성 여부를 추가하며, 여성 이사가 2명 미만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블랙록은 이사회의 다양성 개선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지금까지 세계 975개 기업, 1862명의 이사에게 반대표를 행사했다.

유럽연합(EU)은 2026년 6월부터 상장기업의 상임·비상임 이사의 각각 33% 이상을 과소대표된 성, 즉 여성으로 임명하기로 했다. 비상임 이사만 따지면 여성 비율이 40% 이상이어야 한다. 이미 ‘여성 이사 할당제’를 도입한 회원국들의 평균 여성 이사 비율은 36.4%였다(2021년 10월). 프랑스는 45.3%에 달했다. 제도가 여성 임원 확대의 물꼬를 터준 셈이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시장법 시행을 계기로 기업이 여성 전문가 풀(pool)을 키우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여성 인재를 키우는 것이 좋은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기업이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으로 유리천장에 균열을 내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성평등한 사내 문화가 확립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기업은 172곳에 불과하다.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는 기업들의 수를 점진적으로 확대시켜야 한다”며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성별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법조인, 교수 중심인 이사회 인력 자원풀도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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