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경계 없앤 ‘나이키’ 매장 가보니... “여자 옷 어딨지?” 아직 낯선 젠더 플루이드
성별 경계 없앤 ‘나이키’ 매장 가보니... “여자 옷 어딨지?” 아직 낯선 젠더 플루이드
  • 권묘정 기자
  • 승인 2022.07.27 13:08
  • 수정 2022-07-27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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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매장 ‘나이키 스타일 홍대’]
여성과 남성의 옷 구별 없고
사이즈 아닌 스타일 따라 진열
취향대로 제품 커스터마이징도
나이키 스타일 홍대 전경 ⓒ여성신문
나이키 스타일 홍대 전경 ⓒ여성신문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에 ‘나이키 스타일 홍대’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이 곳은 나이키가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젠더 플루이드(Gender-Fluid(·성 정체성이 고정돼있지 않고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 개념을 도입한 매장이다. 전통적인 성별 개념을 없애는 젠더 플루이드 현상은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뷰티업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여자다움, 남자다움이 아닌 패션으로 나다움을 표현하는 시대다.

나이키 스타일 홍대 매장에선 여성복과 남성복이 따로 구별돼 걸려 있지 않다. 성별이나 사이즈로 공간을 구분짓는 대신 ‘카탈로그’라는 이름으로 구분해놨다. 비슷한 색깔, 제품, 스타일별로 옷과 패션 아이텀이 모여 있다. 이러한 배치를 통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성별의 개념을 허물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이키 측의 설명이다.

나이키는 이 매장을 소비자와 나이키라는 브랜드의 ‘관계’를 중시하는매장이라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는 브랜드에서 내보내는 제품을 고객들이 구매하기만 하는 일방적인 관계였다면, 이제 고객 역시 브랜드의 가치나 방향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쌍방적인 관계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매장의 인테리어다. 7월 25일 찾은 ‘나이키 스타일 홍대’ 매장의 외부는 온‧오프라인 나이키 회원들이 직접 그려 만든 ‘나만의 나이키 로고’ 2만 개로 뒤덮여 있었다.

매장 내부 역시 절반 이상이 체험 공간이었다. 옷을 갈아입는 피팅룸은 마치 방송 스튜디오처럼 꾸몄다. 색상과 채도 조절이 가능한 조명이 설치돼 마음대로 분위기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 스튜디오도 있다.

이 외에도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직접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나이키 바이유(Nike By you), 나이키 제품들로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감상하면서 신발 클리닝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SNKRS 라운지 모두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관계’를 중시한 공간이었다.

지난 15일 오픈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나이키 스타일 홍대’는 나이키 매장 세계 최초로 ‘성별 구분 없는 매장’을 표방하고 있다.  ⓒ나이키 제공
지난 15일 오픈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나이키 스타일 홍대’ 매장. ⓒ나이키 제공

이런 매장은 나이키 한국 지사장인 킴벌리 린 창 멘데스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멘데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나이키 스타일 홍대 ’매장은 “한국 고객을 섬기기 위해 만든 곳”이라며 “고객 한명 한명과 나이키와의 관계를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구축하기 위해 만든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나이키 스타일 홍대’는 단순히 ‘체험’을 위주로 한 공간보다는 고객이 중시하는 ‘가치’까지 배려한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나이키는 매장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와 바닥 재료를 반품된 불량 제품, 버려진 나이키 제품과 고무 등의 폐기물로 만들고. 시즌마다 쓰고 버려지는 리플렛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 모든 안내문은 스마트폰 앱이나 디지털 스크린 안에 표현하는 등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15일 오픈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나이키 스타일 홍대’는 나이키 매장 세계 최초로 ‘성별 구분 없는 매장’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고정관념에 따라 여성복과 남성복을 나눌 수 있는 요소들이 보였다. ⓒ여성신문
지난 15일 오픈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나이키 스타일 홍대’는 나이키 매장 세계 최초로 ‘성별 구분 없는 매장’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고정관념에 따라 여성복과 남성복을 나눌 수 있는 요소들이 보였다. ⓒ여성신문

다만 고정관념에 따라 고객들이 옷을 임의로 여자 옷, 남자 옷으로 구분하는 것을 막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워 보였다.

실제로 매장을 둘러보던 이모(28)씨는 “여기는 여자 옷이야”라고 말했다. 왜 여성복 코너로 보느냐고 묻자, “제품을 입은 모델이 여자라 그렇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구역 벽면 화면에는 진열대에 놓인 제품을 입은 여성 모델의 영상이 띄워져 있었다. 같은 옷을 입은 남성 모델의 모습이나 남성형 마네킹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매장 곳곳에는 주로 사이즈가 작고 밝은 색상이거나 꽃 그림이 있는 디자인의 제품은 여성 모델이나 여성 마네킹이 입고 있었다. 반면 어두운 색상이나 큰 사이즈 옷들은 남성 모델이 입거나 남성 마네킹에 걸쳐 있었다.

매장에서 쇼핑하고 있던 최모(32)씨는 “옷이 남성, 여성으로 나뉘어 있지는 않지만, 색깔이나 모양에 따라 여자 옷, 남자 옷으로 나뉘어 보인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 역시 “이따금 여자 옷 남자 옷이 어디있는지 찾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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