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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저출산과 여성취업률 문제의 저변에는 ‘일과 가정, 그리고 영역 경직성’의 문제가 있다.  ⓒShutterstock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 중 누구나 공감하는 중요한 두 과제는 여성 취업률과 저출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더욱더 심각한 문제로 제기될 것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함께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70년대 초에는 100만 명 이상이었으나 2016년 40만 명, 작년에는 26만 명까지 감소하였고,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다. ‘저출산’과 종종 혼용되지만 구별되는 개념인 ‘저출생’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문제로, 변화되는 인구구조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문제이다. 반면 부모를 기준으로 하는 ‘저출산’은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원치 않거나, 원하는 시기에 하지 못하는 문제이기에 이에 관한 선택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한편 우리나라 연령별 여성취업률은 M자형 커브를 보이며 타 선진국과 비교하면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30~40대 취업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여성의 고학력화뿐 아니라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M자형 커브의 연령대가 뒤로 미뤄지고 있는데, 이 문제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여성취업률 M자형 커브의 앞 봉우리와 뒷 봉우리에서 나타나는 직업의 성격은 매우 다른데, 출산과 육아로 인한 휴직 후에 다시 얻는 일자리는 제대로 된 경력개발과 연결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직업군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1990년대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여성취업률과 출산율은 정비례 관계라는 연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양질의 직업군을 얻고자 하는 여성들의 취업률과 저출산 문제는 그 원인과 해결책이 서로 맞물려 있는 중요한 사회 문제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저출산과 여성취업률 문제의 저변에는 ‘일과 가정, 그리고 영역 경직성’의 문제가 있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영역과 역할의 구분이 없었던 반면, 근대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는 일과 가정이라는 영역이 구별되어 나뉘고, 성별의 역할 분리가 매우 뚜렷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터와 가정이라는 시공간적으로 분리된 두 영역에서, 영역별로 서로 다른 규범과 배타성이 나타나면서 영역 간 이동의 유연성이 부족해졌다. 여성과 남성이 노동자로서의 능력과 역할은 동일하게 요구받는 한편, 양육자로서의 역할은 여성에게 과도하게 요구되면서 일과 가정 양립의 불균형이 심화된다. ‘유연근무제’, ‘직장 내 어린이집’은 두 영역의 충돌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이 문제를 여성의 문제로만 이해한다면 제대로 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없다. 남성도 노동자인 동시에 양육자의 역할을 이행할 수 있도록 남성이 ‘아빠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의 제도적 지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아빠 출산휴가’는 남성이 양육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가정과 일터에서 ‘역할의 변화’, ‘태도의 변화’, 그리고 ‘관계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영역 간의 역할 충돌 해소와 영역 간의 유연성, 투과성 확보에 기여할 것이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재택근무, 온라인 성과관리 등과 같이, 과거에 존재는 했지만 잘 활용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 해결할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과 가정, 두 영역의 시간과 장소 구분이 모호해지고, 두 영역 간의 경직성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와 같은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 이후 대전환 시대에는 일과 가정이 양립하고, 영역 간의 역할 충돌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일과 가정의 영역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남성의 등장으로 여성취업율과 출산율을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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