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역 극단 대표·연출 등 연극인 3명
“신인배우 성추행·성폭행” 고발 이후 결정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진출 자격도 박탈
광주여성예술인연대 “피해자와 연대...2차 가해에 맞설 것”

광주 지역 여성·문화·시민단체 연대체 ‘광주여성예술인연대’(가칭)가 지난 19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에서 광주 연극계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한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여성예술인연대 제공
광주 지역 여성·문화·시민단체 연대체 ‘광주여성예술인연대’(가칭)가 지난 19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에서 광주 연극계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한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여성예술인연대 제공

한국연극협회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광주 연극계 인사 3명을 제명했다. 가해자가 참여한 작품의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진출 자격도 박탈했다. 가해자들이 힘없는 신인 배우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고발이 나온 지 약 20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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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3명을 9일 협회에서 제명했다”고 밝혔다. 가해자 중 한 명은 제40회 대한민국연극제 광주지역예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해 본선에 진출한 극단의 대표 겸 연출가다. 협회는 해당 작품의 참가 자격도 박탈했다.

협회는 피해자들의 고발을 접한 후 복지·인권 소위 논의, 자체 진상조사, 광주 피해자 대책위 방문, 비상대책위 회의, 긴급이사회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17일 열린 긴급이사회에서는 “가해자가 극단 대표직을 사임했으니 대한민국연극제 참가가 가능하다는 주장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선 일벌백계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립”했으나, “2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무기명 투표를 통해 ‘참가 불허’가 결정됐다”고 한다.

협회는 “연극은 인간들이 함께 만드는 공동예술이기에 징계는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나 한국 연극은 제 살을 도려내는 이번 사건의 아픔을 통해 성폭력 사건의 위중함을 알리고 부당한 위계 폭력이 설 자리가 없는 건강한 창작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다”라며 “예술가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지만 예술가의 양심에는 공소시효가 없다”고 강조했다.

광주여성예술인연대 “연극계 피해자와 연대...2차 가해에 맞설 것”

광주 지역 여성·문화·시민단체들도 피해자들과 연대한다고 밝혔다. ‘광주여성예술인연대’(가칭)는 지난 19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계장치와 분쟁 해결 기구가 전무한 기괴한 구조는 성폭력 고발이라는 고통스러운 진실에 의해 민낯을 드러냈다”, “성폭력을 예술적 자유이자 특권으로 포장한 연극계 권력자에게 삶의 전부였던 연극을 빼앗기고 떠나야만 했던 끔찍하고 불행한 사태에 대해 이곳 예술계는 오랫동안 은폐해 왔다”고 성토했다.

또 “우리는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가해와 피해의 연속적인 악순환, 성폭력 반대를 둘러싼 전형적인 조리돌림과 삭제와 은폐 강요에 맞설 것이다. 납득할만한 진상 규명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경고 및 징계로 이어지는 순탄치 않을 과정에 생존자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함께 목소리를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6월 29일 가해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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