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 ‘성별 격차’ 큰데
성별 분리 데이터 찾기 어려워
정부, 성인지 데이터 확보·활용해야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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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6월 6일 3429명을 최저점으로 급속히 증가하여 7월 16일 4만명을 넘었고, 7월 18일 현재 7만4000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BA.5’, ‘BA.2.75’로 명명되는 새로운 종류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라고 한다. 앞으로 확진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언제 정점을 찍을지 예견이 힘든 상황에서 시민들은 두렵고 지쳐가고 있다.

지난 2년 7개월여간 코로나19라는 신종감염병 재난으로 인해 우리는 많은 피해를 입었다. 동시에 우리는 이 피해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여성 취업자 수는 남성에 비해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여성이 집중된 대면서비스업이 더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를 가진 여성들은 돌봄시설의 불안정한 운영으로 일자리를 그만두게 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이후 자녀 돌봄 문제로 인한 일자리 중단 및 폐업 경험’이 남성은 7.1%, 여성은 20.5%로 여성이 남성보다 세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영유아 돌봄시설은 물론 노인요양 시설의 감염위험이 커짐에 따라 여성의 재택 노인돌봄 부담도 증가했다. 가정폭력의 발생과 은폐가능성이 높아졌으며, 2020년 20대 여성들의 자살률이 두 배로 증가하는 등 청년여성의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재난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점점 커지는 성별 피해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성인지 데이터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성인지 데이터’는 성별에 따라 세분화된 데이터이다. 역할, 관계, 불평등을 포함한 성별 문제를 반영하며, 양적인 자료와 질적인 자료 모두 포함한다. 유엔 여성(UN WOMEN)은 ‘Data 2X’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성인지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편견을 유발하는 고정관념, 사회적 규범 등에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UN data2x). 성인지 통계가 정교하게 설계된 과정을 통해 획득되는 반면, 성인지 데이터는 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성인지 데이터는 각종 행정 서식에 의한 신고 및 인구동태통계, 인구 조사, 사법, 보건 및 교육 시스템에 의해 생성된 행정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원천에서 추출된다. 이외에도 소셜 미디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지리공간 정보와 같은 디지털 기술에 의해 생성되는 데이터에서도 성인지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코로나19와 관계된 통계와 데이터를 성별로 분리하여 발표하는데 소극적이다. 가장 기본적인 감염 현황을 찾기도 쉽지 않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하는 ‘코로나19 국내발생현황’에 의하면 15일 기준 성별 통계는 지난 2년간의 누적 “확진자수”와 “사망자수,” “치명률” 3개 항목에 불과하다.

정부는 위드코로나 시대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성별 데이터를 보다 자세하게 제공해야 한다. 성과 연령별 감염자 현황, 감염경로, 감염 후 경과와 의료조치의 성별 차이 등 기본적인 감염 관련 성별 통계가 요구된다. 가족 돌봄의 부담이나 근무 형태의 변화에 따른 경제활동의 성별 차이를 파악할 수 있는 전국단위의 조사와 통계도 필요하다.

민간 빅데이터의 활용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랜데이터(GrandData)’는 민간차원에서 신용카드 정보와 신용정보, 휴대폰 정보의 가명 정보를 결합한 데이터로, 새로운 차원의 분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2030 여성들의 우울증에 대해 전통적인 의료통계를 현재도 이용할 수 있지만, 이들의 거주상태, 신용등급, 취업상태 등을 연계한 자료를 이용한다면 우울증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국정 과제의 하나로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제시하였다. 이미 우리나라의 정부 디지털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2020년 OECD가 발표한 ‘OECD 디지털정부평가’에서 한국은 33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온 국민이 혜택을 누리는 디지털플랫폼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첫 단계인 데이터의 선별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성인지 데이터에 더 많은 관심과 가져야 한다. 성별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데이터로는 성평등한 정책을 개발하기는 불가능하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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