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여친 - 내 곁의 여성친화도시 ⑨]
전국 5곳뿐인 ‘3단계 여성친화도시’
젠더전문가 기용해 성평등 시정 노력
성별영향평가 개선 사례 3년째 축적
2013년부터 여성친화기업 인증제 실시
지역 내 고용 성평등 문화 확산 도와
“여성 역량강화·문화 활동 위한
복합커뮤니티센터 조성하고
여성 경제활동 확대 지원할 것”

청주. 충북도청 소재지로 도내 인구 절반 이상(약 86만명)이 거주하는 충북 최대 도시다. 한반도 광역교통 중심부에 자리한 1500년 역사 고도(古都)다. 여성의전화, YWCA 등 지역 여성단체의 활동 거점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도 받았다.

하지만 지역 발전이 정체됐다는 비판도 있다. 가까운 대전, 세종시 등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안 청주는 뚜렷한 발전 경로를 모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행정가 출신인 민선 8기 이범석 청주시장은 변화를 약속했다. “‘노잼 도시’ 청주를 ‘꿀잼 도시’로, 충청권 메가시티 핵심도시, 100만 자족도시(교육, 주거, 일자리,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 “여성의 역량 강화와 문화 활동을 위한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하고, 여성의 취·창업 및 경력단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적극 지원해 여성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청주시가 2013년 시작한 ‘여성친화기업 인증사업’. ⓒ청주시 제공
청주시가 2013년 시작한 ‘여성친화기업 인증사업’. ⓒ청주시 제공
청주시가 2019년 8월 금화식품 등 여성친화기업 14곳을 선정, 여성친화기업 인증 협약식을 열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가 2019년 8월 금화식품 등 여성친화기업 14곳을 선정, 여성친화기업 인증 협약식을 열었다. ⓒ청주시 제공
한범덕 민선 7기 청주시장 등 시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5일 여성가족부와 3단계 여성친화도시 온라인 협약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범덕 민선 7기 청주시장 등 시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5일 여성가족부와 3단계 여성친화도시 온라인 협약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그간 청주시는 ‘성평등 도시’를 향한 행보를 이어왔다. 1단계(2011~2015), 2단계(2016~2020)에 이어 2021년 12월 전국에 5곳뿐인 ‘선도형 여성친화도시’(3단계)로 지정됐다. 여성친화도시 사업은 물론 시정 전반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2019년 젠더전문가(7급)를 채용했다. 전국 최초로 ‘성별영향평가 우수개선 사례집’을 올해까지 3연속 발간했다.

‘여성친화기업 인증사업’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고 여성친화 환경을 조성하려는 기업을 선정, 기업환경 개선금 200만원~400만원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2013년 시작돼 2021년까지 총 74개 기업이 ‘청주시 여성친화기업’으로 인증받았다.

기준이 뭘까. ▲최고경영층 리더십 ▲고용평등 ▲일·생활 균형지원 ▲여성안전·편의 지원 실태 등을 살펴 선정한다. 여성 정규직 비율, 동일업무 동일직종 남녀임금 비교, 여성 임원 유무,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지침 및 기구 설치·운영 등, 실질적 고용 성평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도입했다. 30인 이상 기업은 여성 관리자 비율도 따져본다. 규모 하한 기준이 없어 영세 기업도 신청할 수 있다. 대기업 중심, 일·가정 양립에 초점을 둔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와 차별화된다. 

청주 내 영세·중소기업의 고용 성평등 확산 의지를 북돋는 게 목표다. 최근 실적에도 반영됐다. 2021년 인증기업 8곳 중 4곳이 30인 미만 기업이었고, 신청 기업 13곳 중 5곳이 재인증을 신청했다.

“청주시 기업의 95.6%가 30인 미만 사업체입니다. 여성 노동자의 58.5%가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고요. 인센티브가 매력적이니까 기업들도 관심이 많고 재신청률도 높아요. 여성가족과뿐 아니라 다양한 부서, 전문가들과 함께 평가 기준·인센티브 제도를 개편해 효과적인 제도를 운용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곽현주 청주시 여성가족과 젠더전문가)

‘청주형 가정방문 아이돌봄 서비스’도 주요 정책이다. 원하는 가정에 아이돌보미를 파견, 종일 또는 시간제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맞벌이·취업 한부모 가정 등 돌봄 사각지대 가구를 돕기 위한 사업이다. 2011년부터 국비지원사업과 별도로 운영해왔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사업 수요가 급증했다.

올해로 4년째인 ‘꼼지락 마을 돌봄서비스’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시내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공동 돌봄(육아)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도서관에는 마을 돌봄 활성화 프로그램 강사비와 운영 인건비 등을 지원한다. 맞벌이 부부나 조손가정 등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돌봄공동체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청주시는 이외에도 전국 최초의 여성친화공원인 ‘배티공원’ 조성, 여성의 안전을 고려한 여성친화 건축설계 매뉴얼·여성친화 주차장 가이드라인 제작·배포, 여성 노동자의 삶 기획 전시관 운영 등 청주 지역 특성·고유성을 살리고 시민의 욕구를 반영한 사업을 추진했다. CCTV통합관제센터 개소, 안심귀갓길·여성안심마을 조성사업, 여성안심택배 사업 등 지역사회 안전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청주시는 2021년 3월부터 공공시설에 여성친화주차장 조성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2021년 3월부터 공공시설에 여성친화주차장 조성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에 들어선 여성친화공원 ‘배티공원’. ⓒ청주시 제공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에 들어선 여성친화공원 ‘배티공원’.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지난 4월 18일~27일 청주시도시재생허브센터 1층 공연장에서 ‘2022년 여성친화도시 시민파트너단 역량강화교육’을 실시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지난 4월 18일~27일 청주시도시재생허브센터 1층 공연장에서 ‘2022년 여성친화도시 시민파트너단 역량강화교육’을 실시했다. ⓒ청주시 제공

민간 참여·협력 증진에도 힘썼다. 민관협의체인 여성친화도시추진단을 통한 과제 발굴, 젠더전문가단과 여성인재 DB 활용을 통한 여성위원 비율 향상 등이다. 특히 여성친화도시 시민파트너단 조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들이 사업 추진 과정에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협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협력기구로서 정착할 수 있도록 매년 역량강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여성의 지역사회 활동 역량 강화를 위한 거점 공간, ‘청주 여울림 센터’(가칭)도 조성할 예정이다. 2016년 개소한 청주시 상당구 ‘충북미래여성플라자’가 있지만 청주시 차원에서 운영하는 공간은 없다. 곽현주 젠더전문가는 “‘3단계 여성친화도시’ 위상에 맞는 여성문화·교육·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지역 수요가 높다. 또 시민들의 성평등 사업 제안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여성친화사업을 발굴·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희 여성가족과 여성정책팀장은 “여성친화도시 사업은 여성만이 아닌 ‘약자’를 위한 사업”이라며 “많은 정책·사업이 그간 남성 위주로 추진됐음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사업이다.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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