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근대의 페미니즘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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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노동은 어떤 의미인가. '제3세계 여성'에게 노동은 어떤 의미인가. <후기 근대의…>은 80년대 거대 담론이 전유했던 노동 개념을 '여성주의적'으로 되찾고자 한다. 여성 정체성의 핵심을 노동이라 보고 여성의 몸, 섹슈얼리티, 욕망을 이와 연결짓는 방식을 통해서다. 노동이란 개념과 포스트모던의 선상에 놓이는 몸, 욕망, 섹슈얼리티 등이 과연 만날 수 있는가.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성별 노동분업 연구로 80년대 초 여성학에 입문한 저자는 '노동, 몸 그리고 욕망의 변증법'이란 부제에서 드러나듯 이 세 개의 축을 여성주체 안에서 변증법적으로 종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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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근대와 젠더관계의 한국적 전형” “후기 근대 여성주체 이론” “디지털 사회의 젠더 정체성과 유목적 주체”라는 세 장에 걸쳐 이러한 탐색을 진행하는 저자는 “평화시장 미싱 시다의 삶을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짓눌린 노동주체로 압축”했던 자신의 작업이 “산업화,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전통적 덕목과 결합해온 발전 논리 속에 배제됐던 여성 주체의 궤적을 찾는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피부색을 달리하고 문화를 달리한 이주여성 노동자로 여전히 우리 주변의 황량한 황무지에서 유목하고 있다”. 저자는 여성들의 이러한 유목성은 “물리적 존재조건에서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경계 밖으로 밀려나는 타자성에서 기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근대 논의의 중심에서 만난 몸과 욕망을 통한 유목성은 보다 주체적이면서 기존의 개념을 뛰어넘는 탈주의 유목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이처럼 책은 철학적 인식을 요하는 여성학 이론서로 초보자가 읽기엔 녹록치 않다.

저자는 이화여대 대학원과 파리8대학교,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여성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현재 성신여대 대학원 여성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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