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사태로 사임 압력을 받아온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13일 몰디브로 도피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이날 아침 부인과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스리랑카 공군기에 올라 몰디브의 수도 말레로 떠났다고 BBC가 군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라사팍사 대통령 일행은 현지시각으로 3시 말레에 도착했다.
이로써 20년 남짓 스리랑카 정치 권력을 장악해온 라자팍사 가문의 전횡은 막을 내리게 됐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몰디브행은 정부의 실정에 화가 난 시위대가 대통령과 총리 공관에 난입해 점거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지난 9일 시위대가 공관으로 몰려오기 전 콜롬보의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 인근 공군기지로 피신해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은 이날 밤 라자팍사 대통령이 사임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라닐 위크레메싱헤 총리도 새 정부가 구성되면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성난 대중들은 이들의 사의 소식에도 점거를 풀지 않고 즉각 퇴진을 주장해왔다. 스리랑카 국회의원들은 다음주 새 대통령을 뽑기로 했으나 새 정부 구성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새 대통령은 2024년 말 끝나는 라자팍사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스리랑카는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과도한 외채를 끌어 쓰다 코로나19 등의 사태로 경제 위기가 촉발되면서 국가부도 사태에 빠졌다.
극심한 생필품 부족을 겪게 된 국민들이 정부의 실정에 항의하며 반정부 시위에 나서며 사회는 몇 달째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나, 지원을 받기 위해선 먼저 다음달까지 외채를 줄이기 위한 자구 방안을 마련해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