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화』 정병호 엮음, 푸른숲 펴냄
문현아, 최은영, 이해응, 윤은정, 이향규, 김기영, 조일동 지음

『공감대화』 정병호 엮음, 푸른숲 펴냄
『공감대화』 정병호 엮음, 푸른숲 펴냄

 ‘혐오의 언어’가 난무하는 시대를 산다. 혐오가 권력을 얻어 힘이 세지면 소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힘들어진다. 정치지도자의 언어부터 온라인의 댓글 공간, 언론보도에 이르기까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일방적인 언어가 만연한 세상이다..

이런 '험한' 세상의 피곤함을 달래줄 반가운 책이 나왔다. 문화인류학자 정병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역은 『공감대화』가 그 책이다.

탈북청소년들의 적응을 도와온 정병호 교수는 한국학교에 편입한 탈북 아이들이 편견과 차가운 시선으로 마음고생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문화 배경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2000년대 초부터 차이를 넘어 소통하는 대화, 서로를 존중하는 프로그램을 시도해왔다. 북한 출신 아이들, 고려인에서 시작해 세계 곳곳의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대상으로 하는 대화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남북한 주민의 삶의 이야기, 세월호 참사를 겪은 안산 사람들을 위한 다문화 도시 공동체 치유와 재생, 조각보의 ‘다시 만난 코리안 여성들의 삶이야기’ 등에서 시도된 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고 치유되는 과정을 기록한 내용이 이 책이다. 

‘공감’에 대해 정병호 교수는 인지적인 동시에 정서적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경험을 이해하는 능력’을 뜻하는 ‘empathy’를 번역한 말이다. 동정과 연민은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정서적 느낌이지만 공감은 자신의 판단력을 유지한 채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인지적 능력이란 의미가 강하다. 공감이란 ‘상대방과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자’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비슷하다.”

또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자밀 자키를 인용해 “공감은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 [인지적으로] 알고, 그의 감정을 함께 [정서적으로] 느끼면서, 그를 돕고 싶은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는 통합과정으로 사람간의 거리를 뛰어넘게 하는 일정의 정신적 초능력”이다.

글로벌 시대, 디지털 시대는 사람간의 교류를 매우 활성화시키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사회적 공감능력은 퇴화되고 있고, 이는 곧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문화인류학자들의 견해와 같이 저자는 ‘공감능력이 인류의 생존열쇠’라고 다시 강조한다. 인간은 협력하여 큰 집단을 만든 뎍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친절함’은 공감능력의 발현이다. “인간의 친절한 마음은 무력한 아기를 살아남게 하고 자신과 유전자가 비슷한 친족을 돕게 하며, 다른 이들과 협동하게 해서 집단번성을 돕는다.”

그러나 ‘약육강식’이라는 왜곡된 해석, 적자생존을 정당화한 생물학과 근대학문, 미디어 등 지식 권력은 자본주의의 승자독식 원리를 뒷받침해왔다. TV <동물의 왕국>은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포식자를 ‘왕’이라 하고, 각종 배틀 오디션은 승자독식을 즐기는 생활환경을 만든다. 그 이면에 점수와 성과로 입증해야 하는 생존방식과 승부욕의 위험성이 간과되고 패자의 아픔이 있다는 사실은 보이지 않는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을 ‘공감확산’에서 찾는다. 『공감의 시대』라는 책에서 디지털시대의 문화교류를 공감확산의 기회로 보고자 했다.

이 책은 인류의 특별한 능력 ‘공감’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다룬다. 더 나아가 여러 실험을 거쳐서 검증된 방법론을 분석적으로 담고 있어 독자가 '공감대화'를  생활현장에서 시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감 대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참가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자의 멘트, 프로그램별 진행시간 배분, 진행순서, 장소와 분위기 등 세세한 실무 가이드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진정한 선진국은 경제력을 넘어서서 남을 배려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이 사는 나라, 다양성과 포용성이 체화된 성숙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감능력 있는 세계시민을 만드는 다문화 감수성 교육이 절실하다.

이 글을 마감하는 오늘도 공감능력이 없는 권력자들의 언사에 대한 분노가 댓글창을 달궜다. 모두에게 좋은 책이지만 특히 민생을 외치는 정책결정자들은 '역지사지'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신간 '공감대화'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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