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여성신문·뉴시스
코로나가 확산된 최근 2~3년 간 출산력이 뚝 떨어지고 있다.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여성신문·뉴시스

산업화 이전 인구감소는 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전염병과 전쟁이 그것이었다. 전염병이 돌면 그때마다 인구가 현저히 줄곤 했다. 가깝게는 1918년의 스페인독감 때 그랬고, 그전에도 지역을 불문하고 역병이 도는 시기에는 어김없이 큰 폭의 인구감소가 뒤따랐다. 그러나 그런 재앙이 종결되면 다시 가파른 속도로 인구는 회복되었고, 그 덕분에 금세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증가세는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19년 초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은 어떨까? 출산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것인까? 코로나가 종식되면 출산력 회복은 뒤따라 나타날 것인가 아니면 관성대로 낮아진 채 그대로 갈 것인가? 혹시 50년 한국전쟁이나 제 2차 세계 대전처럼 또 하나의 베이비붐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인구의 힘이 가지는 비상한 중요성 때문에 팬데믹이 출산력에 미친 영향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작심하고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질문들이고 주제들이다.

코로나 확산 이후 떨어지는 출산율

총론적으로 말해 코로나가 확산된 최근 2~3년 간 출산력이 뚝 떨어지고 있다. 최소한 잘 사는 나라들에서는 일반적이다. 각국마다 그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출산력 저하는 일제히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럽 국가들을 기준으로 볼 때 출산율 하향곡선은 코로나 발생 한참 전부터 상당히 일반적이었다. 대략 2010년 이래로 고출산력 국가인 북유럽국들조차 원인 모를 하향세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그 밖의 유럽 국가들도 코로나 발병 훨씬 전부터 출산률 그래프가 자꾸 아래로 처지는 중력친화적 경향을 보여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그 정도 이상으로 현재 각국의 출산력은 하락세를 보인다.

자연스럽게 ‘코로나가 확산되면 출산율은 왜 떨어지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고개를 든다. 인류의 본능 안에 대규모 전염병 창궐 때면 출산 의지가 사라지는 생물학적 경향이라도 포함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경제적 여건이 출산에 적대적이라는 말인가? 압도적으로 많은 연구자들은 후자의 입장을 택하는데 그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출산행동 결정에는 현재 아이들을 부양할 만큼 벌고 있는가, 그리고 그 벌이가 앞으로도 지속적인가 하는 점을 고려할 것이고 미래전망이 불투명하거나 당장 생계벌이가 중단된 사람이 속출하는 경기침체기는 그래서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즉 팬데믹 시기 출산율 저하는 세계적인 경제침체(economis recession)와 마찬가지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직업안정성을 낮아지며 불완전고용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각국의 속사정을 좀 더 깊숙이 탐색한 연구의 결론들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즉 35세를 기준으로 그 이하 저연령층 커플이 그 이상 고연령층에 비해 출산을 포기하거나 지연하는 경향이 일반적으로 더 크다고 한다. 연령조건 상 경기침체기의 영향을 더 받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코로나로 인한 출산력 저하가 나타나는 정도는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촘촘하고 튼튼한가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사회보장 시스템이 잘 완비된 나라일수록 경기변동에 대한 집단적 대비가 안전하므로 이런 요인 때문에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비율이 훨씬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국 출산력 데이터들은 이 예상을 그대로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즉 고출산력 국가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슬로바니아 같은 북유럽국가들은 코로나 직전 기간에 비교해 두드러진 변화가 없었다. 반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칼과 같은 남유럽 국가들은 평소에도 낮은 출산율을 보이다가 코로나가 닥치자 출산력은 더 크게 떨어지고 21년 말 현재까지 회복세의 기미가 없다. 그리고 이 두 집단 사이에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와 같은 중부유럽 국가들이 은 2021년 초까지는 낮아지지만, 그 이후 곧 회복하는 것으로 나온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와 출산력의 관계가 또 하나의 양극화 현상을 보여준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일반 상식과 달리 독일과 프랑스가 이번에는 위치를 바꾸어 나타났다는 점이다. 추후 더 탐색할 지점이라고 보고 다른 기회에 다루어보기로 한다.

한국, 5년째 합계출산율 1.0 이하

대한민국 같은 초저출산 국가는 코로나 같은 출산율 저하 요인에 어떤 양상으로 대응을 할 것인가 하는 점도 세계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을 끈다. 위 공식대로 한다면 출산율이 매우 낮은 나라인 만큼 더 깊은 영향을 받은 소지가 있다는데 과연 그럴까? 예상이 안 맞으면 좋을 텐데 불행히도 지금 우리는 예상 그 이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을 목도하고 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같은 도시국가들보다는 높았었다. 그러나 이들을 제치고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의 지위를 굳건하게 고수하는 중이 아닌가? 여성 한 명당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합계출산율 1.0 이하의 출산율을 5년째 이어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이런 비상한 국제적인 저출산은 언제나 멈출 수 있을까? 이에 관한 전망 연구들은 아직 별로 나오고 있지 않지만 어느 정도 추론은 이미 가능하다. 출산력이 세계적 경제불황에 민감하다고 한다면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출산력 회복은 상당 시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그전 못지않은 불황을 예고하고 있으며 다만 경기반등에 걸릴 시간의 예측이 곤란한 상황이라면 출산율의 반등도 덩달아 짐작하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다만, 코로나로 인한 출산력 저하 여부와 추이를 고찰하면서도 저출산문제를 해결할 해답에 대한 시사점은 종전과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하며 안도를 해야 할 지 실망을 해야 할지 가늠이 잘 안 선다. 상황이 바뀌면 뭔가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방법도 나올 법 하건만,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출산력 향상에는 여전히 아이를 낳아 안전하게 키울 현재의 여건(주택과 일자리)과 미래의 전망(고용안정성과 사회안전망)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환경이 잘 되어 있고 고용율도 높으면 이것도 출산율을 지키는 데는 일등공신이란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의 고용안정성이 높고 출산으로 인한 부담이 과중하지 않으면 그만큼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출산을 결정할 것이고 출산율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인 사단법인 서울인구포럼 이사장/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재인 사단법인 서울인구포럼 이사장/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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