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여름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여름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2.07.12 07:00
  • 수정 2022-07-12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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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출장을 위해 스톡홀름 아르란다 공항을 향했다. 코로나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이라 예전과 다르게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항공사에서 3시간 전부터 탑승수속을 밟으라는 메시지에 따라 일찍 도착했다. 공항에 들어선 순간 예전과 다른 생경한 모습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카트를 밀고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여행객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닌가?

간신히 항공사 창구를 찾아 줄을 서려고 했을 때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3시간 전에 왔지만 이미 탑승수속을 위해 수백 명이 줄을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더 놀란 것은 직원이 있는 창구는 2개 밖에 열려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시간이 좀 걸리겠거니 생각하고 아예 포기하고 서 있었지만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2시간 만에 간신히 탑승권을 받고 출국장으로 달려갔지만, 그 곳도 꽤나 긴 줄이 대관령 도로처럼 굽이굽이 겹쳐 있었다. 수화물 검사대 통과에 든 시간이 총 40분. 이륙까지 이제 20분이 남아 있었다. 온 힘을 다해 탑승구에 달려가 보니 마지막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3분 후에 마감합니다.” 나는 간신히 올라탈 수 있었지만, 비행기를 놓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녀 와 뉴스를 보니 현재 비행기 탑승을 하지 못하는 승객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 공항은 지금 시간과의 싸움 중이다. 갑자기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원인이지만 코로나로 승객이 줄자 공항 직원수를 대폭 해고한 것이 부메랑으로 되어 돌아온 것이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해고됐던 직원들은 업종변경을 해 다시 채용공고를 내도 돌아오지 않았다. 새롭게 채용해 교육 후 배치하는 데 몇 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올 가을까지는 이 문제를 안고 가야 한다.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4월부터 여행객이 늘기 시작하면서 여권갱신이 필요한 사람들은 예전과 같을 것이라 생각해 여행 한 달을 남기고 신청을 했다. 하지만 여권 발급을 처리하는 직원이 턱 없이 모자라 발급기간이 3개월이나 걸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여행 전날까지 여권이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전날 저녁 새벽까지 텐트를 치고 다음 날 경찰서가 열릴 때까지 잠을 자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랜만에 과열되다 보니 기계까지 고장 나는 바람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여권 발급 문제는 올 여름이 지날 때까지 쉽게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는 경찰의 발표 이후 웬만하면 잘 참기로 유명한 스웨덴 국민들도 불만스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대다수 조종사와 승무원을 해고를 했었기 때문에 갑자기 여행객이 늘자 노조는 해고자 복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3국이 공동출자해 세운 SAS 항공은 몇 주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상호간 엄청난 간극만 확인하고 결국 조종사노조는 파업을 선언했다. 타결 소식을 고대하며 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3만5000명의 승객이 몇 달 전부터 세운 여름 여행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항공료가 대폭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열차여행을 계획하던 사람들의 실망도 마찬가지다. 여름노선을 제대로 운행하기 위해서 기관사와 역무원을 충원해야 하지만 아무리 채용공고를 내도 인원이 채워지지 않아 최대 70%까지 밖에 소화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표를 구입하더라도 내가 산 일정이 언제 취소될지 모르는 상황에 있어 선 듯 표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수출이 막히고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연일 물가는 오르고 얼마전 기준금리가 한 번에 0.5%p가 올라 0.75%까지 올랐고, 가계부채 부담율이 커지면서 소비 위축으로 경기가 식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원유가가 오르면서 휘발유 값은 리터당 이전 13크로네(1700원)에서 현재 24크로네(3100원)까지 올랐고, 전기 값도 대폭 상승해 1킬로와트(kW) 당 8원 수준에서 현재 20원 수준까지 올랐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스웨덴은 5월 현재까지 물가는 7.2%까지 상승했고 앞으로 더 오른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금융시장은 거의 패닉 상황이고 주택시장도 하락장으로 급격히 돌아섰다.

코로나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최근 뉴스를 보니 새로운 변종의 전파력이 커 9월과 10월 사이 다시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4차와 5차 추가 접종을 위해 신종백신 구입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백신책임자가 최근 발표했다. 국제정치도 불확실성이 크다. 얼마 전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회의에서 확인했듯 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 장기전으로 갈 전망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은 시작한 셈이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혜안을 짜 내야할 때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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