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인사이드-‘포미니츠’] 억압당한 여성들, 음악으로 서로를 위로하다
[뮤지컬 인사이드-‘포미니츠’] 억압당한 여성들, 음악으로 서로를 위로하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7.10 16:52
  • 수정 2022-07-26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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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극장 창작뮤지컬 ‘포미니츠’
여성 배우들 에너지로 꽉 채운 뮤지컬
재연 맞아 ‘여성 서사’ 강조
마지막 4분간 격정적 연주 압권
2022년 국립정동극장 창작 뮤지컬 ‘포미니츠’ ⓒ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년 국립정동극장 창작 뮤지컬 ‘포미니츠’ ⓒ국립정동극장 제공

긴장감 넘치는 110분이었다. 웅장한 무대 세트나 화려한 군무 없이도 여성 배우들의 에너지로 극장이 꽉 찼다. 격정적인 연주가 펼쳐진 마지막 4분간 객석에선 숨소리조차 멎었다.

창작 뮤지컬 ‘포미니츠’가 돌아왔다. 재연을 맞아 두 여자 주인공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췄다. 제2차 세계대전 후 60여 년간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이소정·이봉련)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요주의인물 ‘제니’(한재아·홍서영)다.

세대도 음악관도 다른 두 여자가 서로의 지지대가 되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은 순탄치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전쟁, 파시즘, 좌우 갈등, 동성애, 성폭력, 가부장제 같은 묵직한 주제들을 관통한다. 정치적·사회적 색채는 짙지 않고, 주류 사회에서 억압당한 여성들이 홀로 짊어졌던 고통을 나누는 서사에 초점을 둔다.

2022년 국립정동극장 창작 뮤지컬 ‘포미니츠’ ⓒ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년 국립정동극장 창작 뮤지컬 ‘포미니츠’ ⓒ국립정동극장 제공

원작은 독일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여우주연상을 받은 동명의 독일 영화(크리스 크라우스 감독)다. 실존 인물 거트루드 크뤼거(1917~2004)에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2021년 국립정동극장이 뮤지컬로 제작했다.

그랜드피아노는 두 여성을 잇는 다리이자 제니의 내면을 표현하는 도구다. 재연을 맞아 피아니스트의 위치도 무대 좌측에서 중앙으로 옮겨 제니와의 일체감을 높였다. 초연과 달리 피아니스트 김경민이 단독으로 무대에 올라 모차르트, 베토벤 소나타와 쇼팽 에뛰드 등 독주곡 중심의 레퍼토리 10곡을 연주한다. 영화가 주는 몰입감에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배우들의 격정적인 연기와 연주가 만나 관객을 매혹한다.

마지막 4분이 단연 압권이다. 헝클어진 머리의 제니가 건반을 부술 듯 두들기고, 발을 구르고 피아노 몸통을 두드려 박자를 만들고, 피아노줄을 손으로 튕겨 강렬한 선율을 들려준다. 연주에 몰입해 피아노를 망가뜨리기 일쑤였다던 베토벤이나 아방가르드 퍼포먼스를 연상케 한다.

재연을 맞아 새로운 배우들이 활약한다. 크뤼거 역 이소정 배우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한국인 최초 주인공으로 킴(Kim)을 맡았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 속 뮬란 목소리, 뮤지컬 ‘알라딘’ 쟈스민 공주 역할도 했다. 드라마 ‘스위트홈’, ‘갯마을 차차차’ 등에 출연했고, 연극 ‘햄릿’으로 2021년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봉련 배우도 크뤼거로 분한다. 제니 역은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2021년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신인상을 받은 한재아 배우, 뮤지컬 ‘리지’, ‘헤드윅’ 등에 출연한 홍서영 배우가 맡았다. 

뮤지컬 배우인 양준모 예술감독을 필두로 강남 작가, 맹성연 작곡가, 박소영 연출가가 함께한다. 박 연출은 “‘포미니츠’는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비로소 한 발을 내딛는 순간을 그린다. 이들의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관점으로 제 삶을 소중하게 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크뤼거를 통해 80대에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제니를 통해 상황 자체가 바닥이어도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이후의 삶을 기약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스스로에게도 용기가 된다”고 밝혔다. 8월 14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예매 및 문의 www.jeongdong.or.kr 02-75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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