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에 뒤집힌 여가부 사업… 참여 단체 비판 쏟아져
전화 한 통에 뒤집힌 여가부 사업… 참여 단체 비판 쏟아져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07.13 19:52
  • 수정 2022-07-13 1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 성평등 문화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비판에 “전면 재검토“ 발표
버터나이프 크루 4기 모집 포스터 (사진=버터나이프 크루 공식 홈페이지)
버터나이프 크루 4기 모집 포스터 (사진=버터나이프 크루 공식 홈페이지)

여성가족부가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젠더갈등 해소를 위한 여가부의 사업이 정치적으로 악용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일 여가부는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2019년 출범한 ‘버터나이프 크루’는 단체를 선정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주제연구·캠페인·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가부는 “해당 사업의 젠더 갈등 해소 효과성, 성별 불균형 등의 문제가 제기된바 이와 관련하여 사업 추진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참여 단체 “당황, 난감… 재검토 관련 논의 없어”

출범식 이후 일주일만에 사업 전면 재검토라는 상황을 겪은 단체들은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A단체는 “출범식에서 장관님도 열심히 하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뒤집힌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B단체는 “(여가부가)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만 하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떻게 앞으로 진행해야할지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C단체는 “시민 참여자들이 큰 이해관계자인데도 불구하고 재검토에 대해서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고, 같이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여가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곤란하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번 재검토에는 4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버터나이프 크루’를 비판한 게 주요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권 대표는 “(버터나이프 크루) 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 과도한 페미니즘은 남녀갈등의 원인 중 하나”라며 “남녀갈등을 완화한다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순”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여가부 장관과 통화하며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전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페이스북 글(사진=페이스북 캡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페이스북 글(사진=페이스북 캡처)

비판의 시작은 남성 이용자가 많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였다. 6월 30일 ‘버터나이프 크루’ 출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당 커뮤니티에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됐다. ‘젠더갈등 해소인데 왜 페미단체에 돈 쥐어주면서 하냐’ ‘애초에 여성 우월주의가 어떻게 ’성 평등’이고 남성은 존재하지도 않는데 왜 ‘양성’이지?’ 등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 “식물부처된 여가부 보여주는 단적인 예” 

이번 ‘버터나이프 크루’ 전면 재검토에 대해 일부 커뮤니티의 입장만을 반영한 의견만이 수용됐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고 밝혔던데, 노골적으로 여성혐오에 경도된 의견을 듣는 게 권성동 원내대표”라고 말했다.

장관이 부처 폐지를 공언한 여성가족부의 실상을 나타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훈영 한국여성정치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사안은 현재 여가부가 식물부처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장관이기도 하지만 전체 여성들의 정책을 관리하는 수장”이라며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젠더갈등 해소를 위한 여가부 사업을 정치적 세력 과시를 위해 악용했다는 비판도 나타났다. 신 교수는 “권 원내대표가 자신이 이 정부의 실세라는 것을 드러내며, 일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팬덤정치에 편승해 정치적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이라며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여가부는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에 성별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었고, 올해 이를 개선해보려 다양성 관련 단체에게 가점을 주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아 아쉬움 속에서 출범했다”며 “출범 이후 이에 대한 비판이 나왔고, 개선방안이 있을 수 있는지 논의하기 위해 재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적된 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며, 사업 존폐에 대해선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