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6월 개원이 초 읽기에 들어갔다. 4·15 총선 결과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평가에 주력한 '여성정치 세력화를 위하여' 시리즈를 17대 국회에 등원할 39명의 여성당선자를 집중 소개하는 '1739' 시리즈로 전환 기획해 매주 본지에 싣는다. 이와 함께 일반 정치 아젠다와 여성 아젠다, 호주제 폐지와 부부재산법 제정 관련 찬반 여부, 10년 이내 여성대통령 탄생 가능성 등 각 당선자의 정책 성향을 알아보는 공통 질의를 모든 당선자에게 공평히 묻고, 관련 답변을 공개해 여성정치 발전과 세력화의 주요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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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희 당선자

“당직 여성할당 확대 최선”

지방의원 출신·풍부한 당직경험 강점

“39명의 여성 정치인을 배출한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양성평등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저부터 여성정치시대를 여는 '밀알'이 되겠습니다.”

17대 국회에선 '정치개혁'을 기필코 완성해야 한다는 열린우리당 유승희 당선자는 “고비용·저효율의 정치풍토 쇄신,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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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당선자는 가장 중요한 여성의제로 '호주제 폐지'를 들면서 “개원과 동시에 호주제 폐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여성의 인권 보호와 양성평등을 얼마만큼 지향하는가를 확인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것.

그는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이라크 국민과 미군의 내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 상황은 베트남 전쟁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긴 전쟁으로 기록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외교적·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이라크 추가 파병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당선자는 광명시의원 출신으로 국민회의·민주당 여성국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열린우리당 조직총괄실장을 맡는 등 당에서 잔뼈가 굵은 여성인사다. 또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중앙위원,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사회위원 등을 지내 시민사회·여성 운동계와도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와 통일외교통상위를 희망하고 있는 유당선자는 “정보의 빈부 격차 해소와 인권 사각지대인 사이버상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각별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 당선자는 “상생 정치는 무엇보다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상생 정치가 특정 정당간의 원만한 관계 정도로 폄하되지 않으려면 '정책 정당화'가 필수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7대 국회 임기 동안 여성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 당선자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많은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서 “국회의원 지역구 및 비례대표 구성을 1대1로 조정하는 것과 기초단체장 선거 등을 포함한 지역구 30% 여성할당제를 실시할 것, 당직 여성할당제를 확대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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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당선자

"잘못된 법 바로잡겠다”

법복 벗고 2002년 대선에 합류

“잘못된 법을 고치고 교정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법률간의 충돌을 해결하고 불필요한 법률을 폐지하겠습니다.”

한나라당 나경원 당선자는 '17대 임기 내에 꼭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욕심이 많아 하고 싶은 일이 많다”면서도 “전문성을 살려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변호사 출신인 나 당선자는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여성특보를 맡았고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 부산지방법원 판사, 인천지방법원 판사, 서울행정법원 판사를 지낸 이력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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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 중 정무위, 통일외교통상위를 희망하는 그녀는, 17대 국회 아젠다로 '경제회생'을 들었으며 여성 아젠다로 '여성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나 당선자는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직종을 개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육아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고 다닐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직장내 성차별, 성희롱을 없애고 여성이 정말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생활정치의 필수 조건으로 “의원이 권위를 벗고 생활인이 되는 것”을 내세우며 “가장으로서, 또는 엄마로서 정치인들이 말 그대로 생활 안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당선자는 “호주제는 이미 사문화된 제도로 17대 국회에서 폐지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당대표가 여성인만큼 호주제 폐지에 대한 의지가 강하며 당에서도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한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국가간의 약속으로 지켜야 된다는 부담은 있지만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이런저런 말들만 무성해 현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 후 정치권 과제로는 '갈등과 적대시하는 분위기를 없애는 것'을 최우선으로 제시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바쁜 일정이지만 아이들이 소풍갈 때면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주는 엄마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서 “여성의 삶이, 개인의 생활이 곧 정치라는 신념을 실천하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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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당선자

“후배 위한 비전정치 펼터”

울산지역서 민주화·여성운동 투신 

민주노동당내에서 17대 국회 행자위로 결정된 이영순 당선자는 “개원 전부터 행자위와 관련된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는 '즐거운 고민'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당선자는 “기초자치단체장 경험을 살리면서 전체를 불 수 있는 눈을 기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현장을 다니고 있다”면서 “여성이 정치권에 '구색 맞추기'로 영입된 시대를 지나 주도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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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제적으로도 조화가 중요시되는 추세인데 반해 미국은 아직도 전쟁을 통해 힘으로 다른 나라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버리지 못했다”면서 “일제시대를 겪은 한국이 이라크 파병을 추진하는 것은 '끔직한 폭력의 시대'에 동참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당선자는 17대 국회에서 자신의 상임위와 상관없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실현할 것이라며 “남편과 주변사람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당한 후 그 가족들이 당한 피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술회했다.

이 당선자는 남편이 울산광역시 동구청장으로 재직당시 구속돼 동구청장을 승계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울산민주화교사협의회 간사로 활동했고 동구사랑 어머니회 회장을 역임, 울산 여성실업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지내 민주화 운동과 여성운동에 투신해 왔다.

이 당선자는 17대 국회의 아젠다로 '서민에게 복지를 주는 정치'로 들었으며 여성의제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로 꼽았다. 이 당선자는 “노동자, 농민 등 서민들이 아는 정치가 진정한 정치”라며 “진보정당으로서 원내에 진출한만큼 진보정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막중한 과제”라고 전했다.

그는 “생활정치는 곧 여성정치”라며 “부정부패 하지 않고 남성위주의 학연, 지연, 혈연에 연연하지 않고 후배를 키우는 미래의 정치”라고 설명했다.

이 당선자는 당선된 이후 지역주민들이 '자가용도 없고 기사도 없는 의원은 처음 봤다'며 자신의 모습을 반가워하면서도 낯설어 한다며 “앞으로 국민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은 정치인으로서 여성정치인들이 모델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나신아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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