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후 울산 남구청별관에 마련된 삼산제8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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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후보자가 될 수 있는 피선거권 연령 또한 ‘만18세’로 낮아져, 지방자치에서 여성과 청년의 참여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선거였다. 하지만 선거 결과, 아쉽게도 여성과 청년 당선자의 숫자가 매우 저조하여, 이번 지방선거가 갖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됐다.

선거 결과를 우선 성별에 따라 분석해 보면, 지난 27년간 그랬듯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 여성은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광역의원의 경우 여성은 173명(19.84%), 기초의원에서는 여성 998명(33.41%)이 당선되었는데, 이는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참담한 성적표였다. 또한 당선자를 연령별로 분석해 보면 광역의원 중 20대는 16명(1.8%), 30대 67명(7.7%), 40대 150명(17.2%), 50대 385명(44.2%), 60대 242명(27.8%), 70대 이상 12명(1.4%)이다. 그리고 기초의원 중 20대는 82명(2.1%), 30대 334명(8.7%), 40대 711명(18.4%), 50대 1,666명(43.2%), 60대 912명(23.6%), 70대 이상 54명(1.4%)였다. 이 결과를 인구구성 분포와 대비해 보면 20대의 인구구성 비율이 전체 인구의 12.7%임에도 불구하고, 광역·기초의원 중 20대 비율은 각각 1.8%/2.1%로 과소 대표되고 있다. 반면, 50대는 전체 인구의 16.8%라는 인구구성 비율 대비 광역·기초의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44.2%, 43.2%로 과대 대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연령별 대표성 간 불평등이 심화된 까닭은, 우리나라의 선거권 연령이 2020년 1월에 ‘19세→18세’로, 피선거권은 2022년 1월에 ‘25세→18세’로 낮아지는 등 관련 제도 변화가 최근에 와서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청년 대표성이 높은 국가들의 선거권 연령을 살펴보면 영국은 18세 이상이며, 스코틀랜드 의회와 지방선거·웨일즈 의회선거에서는 16세 이상이다. 정당가입 연령(정당별로 상이)의 경우 보수당은 15세 이상, 노동당은 14세 이상으로 당헌에 명시되어, 20대 대학생 시절부터 특정 정당의 청년조직 활동을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한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고 있다. 이런 토대 위에 영국에서 30대 당수, 40대 초반의 총리가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독일은 정당의 청년조직이 발달한 국가로서 연방정치교육센터(BPB)에서 청년대상 정치교육을 실시하는데, 이를 통해 민주적 의식을 고취하고 정치적 협업 등에 대한 준비 및 경험을 쌓는다. 뉴질랜드도 노동당의 경우 15세 이상, 국민당은 12세 이상부터 정당활동을 허용하며, 선거관리위원회가 학교와 연계하여 학생들에게 정치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사실 선거권 연령이나 정당활동 가능 연령을 낮추는 것은 유권자의 수가 확대된다는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즉, 젊은 유권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정당들의 지역주의·허황된 공약을 앞세운 과열경쟁을 어렵게 하는 반면, 사회이슈에 대한 논의의 장을 통해 정치와 선거가 좀 더 합리적인 정책의 장이 되도록 변모시킬 수도 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정치교육을 실시하여 우리의 미래세대가 올바른 민주시민이자 수준 높은 유권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선거연령은 낮추어졌음에도 교사의 정치적 편향성 등에 대한 우려로 인해 학교에서 정치교육을 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특정한 견해를 주입하거나 강제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사회정치적·갈등적 사안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공정하게 소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비판적 사유를 통해 정치적 행위 능력을 강화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젠더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치 이슈 등과 결합하여 세대 갈등이나 진영 간 대립구도로 한층 더 복합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 등이 난무하는 SNS·단톡방 같은 사적 공간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형성하며 갈등과 반목을 경험하기 쉬운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학교에서 제대로 된 정치교육을 행하여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의 남성중심적인 의회문화 즉 여성의 저대표성, 일터로서 의회의 남성중심적 관행과 규범, 상임위원회 등 배치의 성별불균형 등을 해소하고 성평등한 문화로 바꾸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청소년은 미래 시민이 아니라 현재의 시민이므로 학교에서 올바른 정치교육 실시 및 여성과 청년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법제도적·사회문화적 변화를 추구하여 의회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우리의 미래세대를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주권자로 성장하도록 하자.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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