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총을 들었다.

전쟁이 시작되고 모두의 가슴 속에 애국의 성화가 타올랐다.

북이 울리고 악대가 연주하고 장난감총 소리가 울렸다.

폭죽다발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치솟아 요란하게 터졌다.

─ 마크 트웨인의 반전우화 '전쟁을 위한 기도'(돌베개) 중

미국의 독립혁명의 이상과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정신을 굳게 믿었던,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친구 마크 트웨인은 후세대가 벌인 베트남전, 이라크전의 참상과 부조리를 예견했을까.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1908년 그의 개인 일지에 적힌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장 고귀한 자산을 던져버렸다. 국기와 국가가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개인이 거기에 반대할 권리 말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애국심이라는 기괴하고 웃기는 낱말에서 정말로 존중할만한 모든 것도 버렸다”는 구절에서 조국의 장래에 대한 비관주의가 읽힌다.

'계절의 여왕'이란 화창하고 화창한 5월, 전세계는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포로에 대한 비인간적 만행과 파문에 경악하고 있다. 이어서 이에 질세라 이라크 이슬람 무장세력은 “(이라크 포로학대 사건이 발생한) 아부 그라이브와 다른 곳에 있는 이슬람 남녀 신도들의 품위는 피와 영혼에 의하지 않고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며 민간인인 26세 미국 청년의 목을 베는 처형장면을 공개, '눈에는 눈'이란 피의 복수극을 전개하고 있다. '전쟁'이란 인간 살육과 비극 앞에선 어떠한 대의명분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악순환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냉엄한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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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집은 5 ·18 광주 민주화운동,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포로 학대 파문, 그리고 우리 시대 평등부부 등 각기 상이한 주제로 구성돼 있지만, 세계 국가 가정의 진정한 정의와 평화, 그리고 인권감수성이란 공통 축으로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12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정신문제대책협의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 여성단체들이 모여 미영 연합군의 포로학대를 조직적인 '전시 성폭력 범죄'로 규정하면서 한국군 파병철회에 한층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우리의 젊은 여성들이 일본군 성노예로 전락했던 악몽을 기억하고 있기에 “폭력이 정당화되고 용인되는 전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 포로, 성적 소수자 등에 대한 이러한 폭력은 역사적으로 너무나 빈번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저질러왔다”는 여성단체들의 경고는 한층 절실했다.

특히 이라크 여성 수감자에 대한 강간과 살해, 동성애 행위와 누드 강요 등 미군에 의한 학대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이들 피해여성들이 성적 수치심과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것으로 간주돼 출소 후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후유증의 문제도 심각히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들 여성들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이슬람 문화권에서 관례적으로 행해지는 명예살인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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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일본군 위안부였던 황금주, 김윤심 할머니의 “이라크 포로들이 벌거벗겨진 모습을 TV에서 보고 옛날 우리가 당했던 일이 생각나 벌벌 떨리고 밤새 잠이 안 왔다”는 술회는 집회장의 분위기를 일순 숙연하게 만들었다.

◀12일 일본대사관 앞 정신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엔 주요 여성단체들이 참가해 최근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포로 성학대 만행을 '전시 성폭력 범죄'로 규정하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보게 했다. 사진은 이라크전의 주역 부시 대통령을 배경으로 한 황금주 할머니.

<사진·민원기 기자>

여성단체들은 24일경 17대 국회 여성당선자들과 함께 파병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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