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펴낸 한의사 이유명호씨

잊혀진 자궁의 소중함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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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겠다고 자해공갈 하지 말고 살에게 친절히 말을 걸어보라”(살에게 말을 걸어봐)고 했던 한의사 이유명호 씨. 그는 최근 펴낸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웅진닷컴)이라는 또 한 권에서 “이제 몸이 들려주는 '상생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사진·웅진닷컴>

남성중심 여성억압적 관행 사라질 때 진정한 건강회복

자궁·질·골반·월경·유방 사랑하는 실제적 처방 가득

“한국의 여자들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고달파요. 가부장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가치를 비하하며 외모를 따지고 치수를 재느라 행복하지 않은 거예요. 여성이 불행해지면 남성 역시 불행하게 됩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 여성의 몸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봐야 해요. 여성의 몸은 인류를 기르고 낳는 중요하고도 신비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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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장기관을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라고 일컫지만 이유명호씨는 '여성에게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한다. 여성은 중요한 기관인 '자궁'이 하나 더 있기 때문에 '육장육부'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의 장기 중에는 자궁에 해당하는 기관이 없다.

“자궁은 단순한 (아기)주머니 정도로 여겨왔지만, 사실은 출산을 돕고 혈관경색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자체적으로 분비할 줄 아는 정교하고 지적인 기관이에요. 그러니 가임기가 지났다고, 혹은 출산을 했다고 자궁이 없어도 된다고 보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완경기 전후에 인위적인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도 역시 옳지 않죠. 그러면 남성 역시 중년 이후에 고환을 적출하고 남성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유독 여성의 몸에만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많은 처치를 적용한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어요.”

이유명호씨는 이번 책을 완성하기 위해 동서양 의학은 물론이고 철학, 인류학, 생물학 등 다양한 종류의 서적과 보고서 등을 방대하게 연구했다. 단순히 한의사가 한의학 이야기를 쓰는 것에 그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계조차 여성의 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연해요. 이 땅에서 여성으로 중년이 되도록 살아오고, 나 스스로 엄마가 되면서 여성의 몸이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지 알게 됐어요. 이러한 한국여성으로서 경험과 과학적 진실에 기초해서 '여성들의 생물학적 복권'을 이야기하고 싶었지요.”

여성은 열 달 동안 자신의 피와 뼈와 살을 내주면서 아이를 키운다. 아기의 아빠는 피 한 방울 내주고 싶어도 내어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혈통은 부계라고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유명호씨는 분노한다.

“생물학적으로 부계혈통이란 정말 어불성설이죠. 이러한 과학뿐 아니라 가부장제, 호주제, 교리 등에 존재하는 왜곡된 관점을 바로잡아야만 여성이 진정으로 건강해질 수 있어요.”

저자 자신의 삶과 임상경험이 진하게 녹아 있는 <나의 살던…자궁>의 진수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한의사나 알 수 있는 어려운 약재나 처방이야기는 없다. 삽화가 장차현실씨의 친여성적 감각의 톡톡 튀는 삽화와 함께 자궁, 질, 골반에 좋은 마음가짐과 체조, 마사지, 몸에 이로운 음식 조리법 등이 알차게 담겨 있다. 더불어 월경 사랑법, 젖가슴 해방론, 유산에 대한 배려, 명랑 아줌마 내공쌓기 등 여성의 내면을 다스리는 의학적 조언도 빼곡하다.

이유명호 씨는 21세기여성포럼 공동대표, 서울여한의사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여성정치인경호본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이사 등으로 활동하는 열혈 호주제폐지 운동가다.

배우자를 고르는 아주 특별한 기준

20년 동업(?) 가능 전제는 꼼꼼한 건강 체크

가구 고르듯 실용·내구성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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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에선 부록으로 배우자를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제시돼 관심을 끈다. 사랑은 '필'(feel)만 오면 빠지는 것이지만, 공동작업으로 아이를 만들고 키워 나갈 배우자를 고를 때는 특별한 기준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전제된다. 그것은 바로 '건강에 대한 태도'다. 아이를 독립시키려면 적어도 20년 동안의 동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오래 살아줘야 하고, 자연히 건강해지려는 마음가짐과 생활태도가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된다.

◀<일러스트 창과현실>

이유명호씨는 “배우자를 고를 때 집, 세탁기, 침대 고르는 요령을 활용하라”고 단적으로 조언한다. 인테리어에 현혹되면 내구재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배우자 역시 돈, 얼굴, 직장만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심성과 건강을 꼼꼼하게 확인해 봐야 한다는 설명.

배우자 후보 중에서 걸핏하면 눈 부라리고 고함치는 폭력형 인간형은 절대로 골라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에게는 모든 생활용품, 살림살이가 모두 흉기로 악용될 수 있다. 또 바람 같은 남자, 표정과 분위기에 짙은 그림자가 있는 남자 역시 절대로 피해야 할 배우자 후보다. 이런 남자는 여성의 모성 본능을 자극해서 '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욕구를 일으킨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그런 남자는 그저 설레는 연애상대일 뿐, 아이의 아버지나 평생 길동무로는 적당하지 않다.

이유명호씨는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일러준다. “결혼생활도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기만 하면 서로 채무관계가 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 쌍방향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튼튼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

정주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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