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가 간다] 황은주 한국경영인증원 대표
인증 분야 우먼파워, 47세 첫 여성 대표이사
실력·섬세함 무기, 경력단절 위기 견디고 CEO 우뚝

 

황은주 한국경영인증원 대표 ⓒ홍수형 기자
황은주 한국경영인증원 대표 ⓒ홍수형 기자

황은주 한국경영인증원 대표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26년 만에 사장이 되었다. 마흔일곱살의 나이로 232명 직원 대부분 40대 이상인 회사에서 첫 여사장이 취임은 업계의 이슈였다. ‘어린’ 여성 사장의 리더십은 실험대에 올랐지만 대표 6년차인 이 여사장의 경영성적표는 ‘최우수’를 기록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인증서비스업계 1위에 올랐다. 탁월한 성과 외에도 황 대표는 직원 한 사람 한사람을 세심하게 살피는 ‘관심의 리더십’으로 직원들이 서로 존중하며 회사를 사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주력했다.

또 황 대표는 ‘고객만족 제일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과감한 혁신을 계속해왔다. 주력분야인 ISO9000 품질인증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바탕으로 반부패경영·준법경영시스템, 가족친화인증을 비롯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경영, 스마트공장수준확인 등 기업의 최신 트랜드에 맞는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1만개에 이르는 고객사에게 끊임없는 신규서비스를 제공하고 재 인증비율을 높이며 ‘고객만족’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는 회사의 성장으로 되돌아왔다. 한국경영인증원 사무실에서 황 대표를 만나 여성 CEO의 성장기를 들어보았다.

자신에 맞는 커리어 찾아 나서

황 대표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전 학기 장학금과 전공분야에서 수석졸업을 한데다 환경기사자격을 두 개나 땄기에 무난히 식품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품질관리요원으로 성실히 근무하던 차에 마침 우리나라에 ISO9000(기업이 일정 품질의 제품·서비스 공급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한 국제규격)의 인증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1994년부터 한국에 시범 도입된 이 시스템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나날이 확산되고 있었다. 업무상 ISO9000을 접한 그는 자신이 제조기업에 있기보다 시스템인증의 전문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업무에 대한 걱정도 앞섰다. 당시에는 해외인증사업이 초기단계였다. 전통적으로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주류였고 직종자체가 다양한 산업과 기업을 이해하고, 시스템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잦은 기업방문과 지방출장, 현장평가의 업무 등 높은 근무강도를 견뎌야 했다. 인력들의 학력수준도 높았다. 더욱이 이 분야에 여성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KMAQA(한국능률협회인증원. Korea Management Association Quality Assurance)의 환경부서에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인증기획과 연구개발을 하는 부서에서 전문성을 키워나갔고 조직운영과 행정업무에서 경력과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내 회사'라는 주인 의식

2001년에 회사는 KMAR 이라는 독립법인으로 분리되었고 이때 신설회사를 택했다. 새로운 회사의 창립멤버가 된 것이다. 이후 26년간 총무, 기획, 영업까지 전 분야의 실무를 섭렵하며 성실히 일만 했다. 그러던 중 2017년 창업자인 전임대표가 뜻밖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시는 일이 벌어졌다. 회사는 혼란에 빠졌다. 모두 걱정하면서도 당장 사태를 수습하고 회사를 이끌어나갈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주주와 조직원들은 초창기부터 전임 대표와 호흡을 맞춰온 황은주 상무이사를 주목하며 차기 대표로써의 기대를 보이고 있었다. 이를 눈치 챈 그는 “아버지뻘 되시는 전 대표의 카리스마와 헌신을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있을까?”라며 걱정이 앞섰다.

회사 입장에서 대표자리를 오랫동안 비워둘 수는 없었다. 결국 2017년 47세의 황 대표이사가 취임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시선은 편치 않았고 우려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기회는 언제나 준비된 자의 편에 선다. 황 대표는 탄탄한 실무능력과 타인을 섬기는 자세의 빛나는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황은주 한국경영인증원 대표 ⓒ홍수형 기자
황은주 한국경영인증원 대표 ⓒ홍수형 기자

3년 연속 10~20% 매출성장 

젊은 여성 대표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미 CEO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온 사람처럼 황 대표는 빠르게 회사를 안정화시켰다. “저는 26년을 근무하면서 남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내 회사,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으로 늘 일했어요. 내 직장은 내가 키운다는 자세로 임했죠. 작은 회사에서 부족한 걸 탓하면 뭐할까? 하나라도 채우는 사람이 되자는 소신이었어요. 무슨 일이든 손에 쥐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내곤 했습니다.” 말단의 직원시절부터 황 대표의 마인드는 이미 CEO였던 것이다.

황 대표는 침착하고 원칙주의적인 성격이다. 인터뷰 내내 조금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단정한 자세로 집중력을 유지하며 일관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런 자세에서 긴장을 놓치않는 강한 책임감 같은 게 느껴졌다. 초급간부시절 동료남성들이 툭하면 “여자가 그걸 할 수 있을까?”라고 비아냥거리면 기분이 상해도 흥분하지 않고 “제가 여자로 보이십니까?”라고 응수하며 완벽한 일처리로 응수하곤 했다고 한다.

꿈 이루려면 대가와 희생 따른다

여성 CEO로서의 애환을 물었다. “일에 남녀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조직에서는 성과가 중요합니다. 저도 직장인으로써 임신 출산 육아의 어려움이 있었어요. 여러 번 직장생활을 중단해야 하나? 하는 위기가 찾아왔지요.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워킹맘의 어려움을 감당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 10년, 정말 어려웠지만 잘 버티면서 지나갔어요. 결국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했다. 직장과 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일하는 여성의 어려움을 견디며 이겨냈고 결국 직장인의 꿈인 최고경영자의 지위에 오른 것이다.

마음으로 상대의 마음을 모으다

황 대표가 직원을 대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들을 위해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다. 우선 직원들을 위하는 마음을 갖고 이를 전하는 일이라 한다. 코로나19 발생초기에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전국을 누비며 기업을 방문 심사해야하는 심사원들이 제일먼저 걱정이 되었다. 황 대표는 수소문해 마스크를 어렵게 구해 현지 근무하는 100여명의 전문위원들의 집으로 배송해주었다. 상시출근하지 않아 소속감이 약한 그들이었는데 이일로 그들의 가족들이 더욱 좋아하고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나아졌다고 한다. 황 대표는 직원복지나 사기진작에 신경을 많이 쓴다.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자체교육과정을 만들어 이수하도록 하고, 연차휴가 적극 실시, 문화 활동, 체력단련, 포상금지급 등 다양한 복지를 시행하고 있다. 그는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가는 이유는 자체적인 만족도를 높이고 가족친화인증기관으로서 솔선수범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젊은 세대에 맞는 복지나 사기 진작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싶다”

“저희 회사는 한국능률협회라는 대형기관의 후광을 업고 시작했습니다. ISO9000이라는 시스템이 저희의 주력 서비스상품이지요. 그러나 언제까지 잘되는 것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고객에 도움이 되는 것을 선행적으로 찾아서 연구개발해야 합니다. 작년 창업 20주년을 계기로 독자적인 인증브랜드와 참신하고 질 높은 서비스에 몰두하고 있습니다”라며 그는 혁신의 의지를 나타내 보였다. 황 대표는 “저 자신부터 CEO로서 자세를 가다듬고 직원들과 더 대화하고 소통해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나가고자 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비전을 “국내 최고의 인증, 교육, 정보제공의 종합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의료분야 인증을 선보이고, 자체 캐릭터 ‘알리오스’를 통한 대외 이미지의 개선, 회사홍보 강화, 중소기업의 다양한 인증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지식서비스플랫폼’을 모색하겠다고 한다. 지난 26년 토대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성과와 휴머니즘을 경영핵심으로 삼겠다며 “잘 지켜봐 달라”는 말로 자신감을 보였다.

<이의준의 전략적 참견시점>

1. 기업은 창업자나 CEO의 열정과 헌신을 먹고 성장한다. 하지만 성장을 해도 여전히 성장과 쇠퇴의 기로에 서있게 된다. 지속성장하는 구간이 곧 성공일 뿐이다. CEO도 마찬가지다. CEO에게도 성장곡선(S-Curve)과 한계효용의 법칙이 적용되므로 늘 혁신하고 성장해야 한다. CEO와 회사가 함께 ‘성장 동일체(成長 同一體)’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

2.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여성 CEO의 리더십이 빛나는 요인은 ① 디테일에 강하다는 것 ② CEO와 실무자의 업무와 역할을 해내는 멀티플레이어의 특성 ③ 고객니즈를 읽고 맞추려는 고객지향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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