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출근하는 사람 없어야...인권위 “법적 권리 보장 필요”
아파도 출근하는 사람 없어야...인권위 “법적 권리 보장 필요”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6.27 17:58
  • 수정 2022-06-28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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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일하는 모든 사람 위한
공적 상병수당 제도 도입 권고
업무외 상병 휴가·휴직 사용권 법제화 촉구
“아파도 못 쉬는 사람 많아...개인 건강·방역에 부정적
누구나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받아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5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기영 한국노총 사무처장 등과 함께 "아프면 맘편히 쉴 수 있어야 합니다"며 상병수당·유급병가휴가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5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기영 한국노총 사무처장 등과 함께 "아프면 맘편히 쉴 수 있어야 합니다"며 상병수당·유급병가휴가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코로나19를 겪으며 ‘아프면 쉴 권리’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현실은 아파도 출근하는 사람, 쓸 수 있는 법정 휴가조차 없는 사람이 많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4일 정부에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상병(傷病)수당 제도를 조속히 도입,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업무 외 상병에 대한 휴가·휴직 사용 권리 법제화도 촉구했다. 인권위는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기본 권리”라고 강조했다.

일하는 사람의 ‘아프면 쉴 권리’란, 개인이 경제활동 과정에서 부상이나 질병으로 일정 기간 일할 수 없게 된 경우, 이를 이유로 해고 등 고용상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 일하지 못하는 기간에도 본인과 가족 구성원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생존할 권리를 뜻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생활방역 핵심수칙의 하나로 ‘아프면 집에서 쉬기’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업무와 관계없는 상병으로 일하기 어려워진 경우에 휴가를 사용하거나, 일하지 못하는 기간의 소득 상실을 보전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어 아파도 일을 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은 개인의 건강권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방역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아프면 쉴 권리’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교원이 아닌 임금근로자의 경우, 업무 외 상병을 이유로 한 휴가·휴직 관련 사항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즉 사용자 재량이나 노사 간 협상을 통해 자율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업무 외 상병에 대한 병가제도를 운영하는 민간 사업장은 소수다. 사업체 규모, 고용형태, 노동조합 유무 및 교섭력 등에 따라 보장 수준이 다르다.

인권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모든 임금근로자가 업무외 상병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내에서 휴가 및 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에 상병수당 제도 근거 규정이 있으나, 시행령에 관련 내용이 없어 실제로는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종사자, 자영업자 등 유급병가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비임금근로자가 아파서 일을 쉬게 될 경우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임금근로자도 유급병가 제도가 없는 사업장에 종사하거나, 요양기간이 유급병가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 소득 대체 방안이 없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상병수당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 개발 시 △상병수당 실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상병수당 보장수준 및 지급기간 설정, △상병수당 지급 개시 전 대기기간 최소화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는 사회권규약 일반논평 23호에서 “유급병가는 급성 및 만성 질환을 앓는 근로자의 치료와 동료 근로자들에 대한 감염 감소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같은 논평 19호에서는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에는 질병으로 인한 소득 부족 상황에 처했을 때 적절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는 “상병급여는 그 지급 사유가 존속하는 모든 기간에 대하여 지급하되, 최소한 종전 소득의 45% 및 26주 이상에서 종전 소득의 60% 및 52주 이상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상병수당 7월 시범 도입…하루 4만4000원 지급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상병수당 제도를 시범 운영한다. 몸이 아파 일정 기간 근무가 불가능한 근로자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소득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시범 운영 기간은 7월 4일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 대상 지역은 서울 종로구,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전남 순천시,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등 6곳이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아파서 쉬는 기간에 유급휴가를 받지 못하는 모든 취업자가 대상이다. 프리랜서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이 밖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협력 사업장(상병수당에 협력할 의지가 있는 사업장) 노동자는 거주 지역과 무관하게 혜택을 받는다. 올해 지원 액수는 하루 최저임금의 60%에 해당하는 4만3960원인데, 너무 적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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