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인사이드] 유약함을 벗고 폭력성을 입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
[뮤지컬 인사이드] 유약함을 벗고 폭력성을 입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07.02 12:00
  • 수정 2022-07-05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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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존재 비지터에 성별 구분 없는 캐스팅
생존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본성 드러내
1월 19일부터 예그린씨어터

갈색 정장을 입은 인물이 관객석을 가로질러 무대에 오른다. 무대 위 인물들은 그의 손아귀 안에 있다. 그의 손짓 하나에 6명의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말 한마디에 서로를 끔찍이 사랑했던 부부가 갈라진다. 반항하는 자에게 ‘감히 나한테 명령을 해!’라고 외치는 그는 무대 위에서 ‘군림’한다.

지금까지 묘사한 인물을 상상할 때 어떤 성별을 떠올렸는지 묻고 싶다. 아마도 남성을 떠올렸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나 이 역할을 수행하는 건 남성, 그리고 여성이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한 장면 ⓒ모먼트메이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한 장면 ⓒ모먼트메이커

2022 시즌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가장 큰 특징은 비지터 역에 윤석호, 남민우 등 남성 배우와 함께 여성 배우 장보람이 캐스팅됐다는 것이다.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에서는 첫 시도다.

1937년, 혁명이 끝나고 숙청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 소련을 배경으로 한 이 공연에서 비지터는 엔카베데(NKVD, 소련의 비밀경찰)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한 부부의 집을 방문한다. 그는 맨(선한국, 박선영, 홍성원)과 우먼(이하린, 박새힘, 전혜주)의 집에 찾아와 두 사람이 숨기고 있던 비밀을 폭로하고 서로의 추악한 모습을 마주하게 만든다. 자신과 우먼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 비지터에게 분노한 맨은 “당신은 악마야!”라고 외치지만 그가 악마인지, 천사인지, 신인지 알 수 없다. 오히려 그는 맨과 우먼에게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악마죠 때로는.”

누구나 악마죠 때로는 모든 사람 안에 어둠이 있죠
누구나 악마죠 가끔은 착한 척은 그만 벗어봐 가면을(넘버 “누구나 악마죠 때로는”)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한 장면 ⓒ모먼트메이커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한 장면 ⓒ모먼트메이커

이처럼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비지터는 젠더프리(Gender-free, 성별 구분 없이 캐스팅하는 것)에 제격이다. 하지만 성별이 바뀌었다고 해서 비지터를 표현하는 방식이 바뀌지는 않는다. 흔히 언급되는 대표적인 여성성, 예를 들어 연약함, 배려, 포용 등과 같은 특징은 여성 비지터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폭력적이고 거침없는 캐릭터인 비지터는 남성의 모습이든 여성의 모습이든 변하지 않는다. 이는 지금까지 사실상 제한적이었던 여성 배우의 캐릭터 범위가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악마인지 천사인지 모를 비지터가 던지는 잔혹한 진실은 무대 위 인물들도, 관객들도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화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고발하는 맨은 더욱 그러하다. 자신에게 경멸어린 시선을 보내는 우먼에게 맨은 숙청의 피바람이 부는 때에 어쩔 수 없었다고, 살기 위한 선택을 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맨이 우먼에게 하는 말은 사실 관객에게 보내는 질문이다.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관객들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매혹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음악도 이 극의 매력 중 하나다. 특히 퍼커션, 바이올린, 기타, 더블베이스, 피아노까지 5명으로 구성된 액터뮤지션이 선사하는 라이브 연주는 대학로 공연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형태이기도 하다. 협력연출 이정윤, 음악감독 이범재. 1월 19일부터 예그린씨어터.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 연출과 배우에게 묻다

협력연출 이정윤 

Q.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의 연출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 있다면.

A. 극 중 집 안에 존재하는 맨, 우먼, 비지터 배우들과 (바깥에 위치한) 액터뮤지션의 장면별, 상황별 연결을 만드는 것에 가장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이외에는 맨, 우먼, 비지터 사이 극 안에서의 균형감과 그들의 숨겨진 반응과 감정을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원작자의 의도 그대로 느껴질 수 있을지에 대하여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Q. ‘미드나잇 – 액터뮤지션’을 본 관객들이 관람 후 무엇을 생각하길 바라는지.

A. 이 공연에는 특정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고 맨, 우먼, 비지터로 불립니다. 그 이유는 시대적 배경 안에 존재했을 때,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었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만약 나였다면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했을까’, ‘그래서 맨의 선택과 우먼의 선택은 내 선택과 다른가 또는 같은가’ 등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극장을 나가며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누구나 때로는 천사도, 악마도 될 수 있으니까요.

배우 장보람

Q. 남성 배우가 맡았던 역할을 여성 배우가 맡게 되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A. 일부 넘버의 키가 조정됐습니다. 저음역과 고음역을 넘나들어야 해서 연습 초반에 캐릭터의 기본 톤을 잡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액션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지터 역의 본질적인 캐릭터나 텍스트의 변화는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비지터를 준비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모든 배우가 겪는 고민과 수없는 연습의 과정이었습니다. 젠더프리, 젠더크로스의 시도가 다양해져서 여성 배우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Q.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비지터를 해석했는지 궁금하다.

A. 비지터가 해석의 가능성이 다양한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에, 그리고 똑같은 걸 표현해도 연기하는 배우가 달라지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에 특별히 ‘저만의’ 노선을 잡아두진 않았습니다. 관객분들이 느끼시는 게 무조건 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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