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악용해 주 80~90시간 근무 횡행
직장갑질119 “포괄임금제 악용부터 규제해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입니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이 9시 출근 6시 퇴근인데 실제로는 8시까지 출근해 11시 30분에 퇴근합니다. 그것도 거의 매일 야근을 하게 합니다. 하루 16시간씩 토요일까지 일주일에 90시간 일했습니다. 연봉에 야근수당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야근 식대로 만원만 주고, 10시 넘으면 택시비를 지원합니다. 임금명세서에는 야근수당이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포괄임금제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 게임회사에 다니는데 크런치라는 관행이 있습니다. 개발이 끝날 때까지 주말과 휴일에 출근을 하는데 별도 수당이 없다고 합니다. 한 달 정도 주말과 휴일까지 출근한 후 보상으로 휴가를 준다고 합니다. 계약서에는 포괄임금제라는 말이 없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가요?

직장갑질 119가 지난 23일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주92시간제 도입이 아니라 불법과 편법인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고 처벌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따르면 주40시간에 더해 연장근로 12시간을 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바꾸면 한 주에 92시간까지 최대로 일할 수 있게 된다.

직장갑질119는 “윤석열 정부의 ‘주92시간제’는 이미 악질 사용자들이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법”이라며 “법적으로 주52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지만 하루 16시간씩 주 90시간 근무를 하게 하면서 포괄임금제 계약을 이유로 연장, 야간, 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막대한 야근 실태에 대해 지적하면서 이를 만든 주범이 포괄임금제라고 지적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근로수당을 비롯한 법정수당을 실제 노동시간에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하여 지급하거나 (정액급제), 기본급과 별도로 정액의 수당으로 지급하는 임금방식(정액 수당제)을 말한다.

직장갑질119 박은하 노무사는 “포괄임금제는 어디까지나 감시단속적 근로와 같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아주 특수하고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유효한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포괄임금 계약이 남용되고 있다. 사용자가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수단처럼 되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괄임금제가 마치 원칙처럼 적용되고 있는 현실을 정부는 거의 방치해왔다. 이러한 실정에서 연장근로 시간까지 달 단위로 보겠다는 것은 초과근로 수당 자체를 아예 유명무실하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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