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식욕억제제 ‘나비약’ SNS에서 직접 사봤다
마약류 식욕억제제 ‘나비약’ SNS에서 직접 사봤다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06.24 08:50
  • 수정 2022-06-24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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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지정된 향정신성 의약품 디에타민
살빼려 처방전 없이 사려는 10대 여성들
SNS 게시글 모니터링하지만 한계
10대 대상 약물 교육도 필요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지정된 나비약을 SNS로 판매한 판매자 8명과 이를 구매한 구매자 51명 등 59명을 마약류관리법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은 경찰에 압수된 나비약. ⓒ경남경찰청 제공
향정신성의약품 디에타민(나비약). ⓒ경남경찰청 제공

다이어트약 디에타민, 일명 ‘나비약’을 사려는 1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마약류로 지정돼 반드시 처방전이 있어야민 살 수 있고 16세 이하는 처방받지 못하지만 10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쉽게 나비약을 구매하고 있다. 

지난 16일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1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10~30대 5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은 올 3월 5일부터 4월 15일까지 마약류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일명 나비약)을 강원·경북 소재 병원에서 자기 또는 타인 명의로 처방받은 뒤 SNS를 통해 판매하거나 투약·구매·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10대가 총 47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구매자 51명 중 50명은 여성이었다.

문제가 된 디에타민은 중증 비만 환자에게 체중 감량을 위해 단기간 보조요법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m2 이상 또는 다른 위험인자(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가 있는 BMI 27kg/m2 이상인 환자에게 처방된다. 16세 이하에게는 판매가 금지돼 있다. 기준에 맞지 않거나 16세 이하인 경우 구매가 불가하기 때문에 SNS를 통해 나비약을 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SNS에 ‘디에타민’ ‘나비약’이라고 검색하니 이를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디에타민(나비약) 트위터 판매글.  ⓒ여성신문
디에타민(나비약) 트위터 판매글. ⓒ여성신문

기자가 직접 SNS상에 게시글을 올린 판매자와 거래를 시도해봤다. SNS의 쪽지 기능을 이용해 거래가 진행됐다. 구매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인증사진을 요구하니 약 옆에 아이디와 시간 등을 쓴 쪽지를 붙인 사진 등이 날아왔다. 이후 판매자는 계좌번호를 전송했다. 이렇게 기자가 3명의 판매자와 거래를 조율한 디에타민의 총 개수는 총 33개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기가 횡행해 거래한 디에타민을 전부 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디에타민(나비약)을 거래하는 채팅 내용. ⓒ여성신문
디에타민(나비약)을 거래하는 채팅 내용. ⓒ여성신문
디에타민(나비약) 판매자 측에서 보내온 인증사진. ⓒ여성신문
디에타민(나비약) 판매자 측에서 보내온 인증사진. ⓒ여성신문

현재 디에타민은 의존성과 부작용이 심해 현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마약류로 지정돼있다. 황은경 대한약사회 소통이사는 “디에타민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약물”이라며 “자동차로 치면 계속 초록 불로만 자동차가 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파민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지나친 도파민 분비는 환각·환청·정신분열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시키며 약물에 대한 의존성도 강화한다”고 말했다. 특히 10대의 경우 이런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황 이사는 “10대는 간이나 신장 기능이 성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대사나 분해가 느리다”며 “16세 이하에게 디에타민이 처방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디에타민의 부작용을 겪었던 사실을 고백했던 배우 양기원씨는 “콩알탄같은 게 수백 개가 몸에서 터지는 느낌” “계속 ‘싸워’ ‘싸우라고’ ‘너의 믿음을 증명해봐’하는 환청같은 게 들렸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부작용 후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 블로그 이용자는 “대화하는 도중에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잊었다”며 “아침에 일어났을 땐 빈혈이 정말 심하게 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기억력이 낮아지는 걸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디에타민이 마약류로 분류돼있는 만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디에타민을 판매, 구매, 소지, 사용하는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판매를 막기 위한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식약처 사이버조사팀에서는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온라인 판매광고 게시글을 모니터링해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식욕억제제가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SNS인 트위터에서도 마약 및 규제약물에 대한 게시글 신고를 받는다. 트위터 운영 원칙에 따르면 계정이 불법 또는 규제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할 경우 해당 계정은 영구 정지될 수 있다. 그러나 판매 후 계정을 삭제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에서 판매글 게시 자체를 막기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디에타민 주요 구매자인 10대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대규 계장은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10대들에게 ‘SNS를 통해 구매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약물에 대한 예방 교육을 강화해 본인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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