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청중상·신작 최고연주상까지
유학 한 번 안 간 국내파

“성인 되기 전 내 음악 성숙도 확인하려 참가
아직 음악 앞에선 학생...더 잘해야겠다
산에서 피아노만 치는 게 꿈...야망 없어”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베이스 퍼포먼스홀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하고 있다. ⓒ반클라이번재단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베이스 퍼포먼스홀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하고 있다. ⓒ반클라이번재단 제공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신들린 듯한 마지막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가 터졌다. 지휘자 마린 알솝은 눈물을 훔쳤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18일(현지시간) 세계적 권위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가 대회 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17년 선우예권에 이어 2회 연속 한국 피아니스트 우승 기록을 썼다.

임윤찬은 우승 상금 10만달러(약 1억2800만원)에 특별상 상금 7500달러(약 920만원)도 받는다. 세계 클래식 팬 3만 명이 참여한 인기투표 결과에 따른 청중상(상금 2500달러), 현대곡을 가장 잘 연주한 경연자에게 주는 비벌리스 미스 테일러 어워드(상금 5000달러)도 수상했다. 3년간 연주 기회, 예술적 멘토링, 홍보 지원, 음원 출시 등 종합적인 매니지먼트 지원도 받는다.

북미권 최고 권위 콩쿠르로 불리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하기 위해 창설됐다. 클라이번의 고향인 포트워스에서 1962년부터 4년에 한 번 열린다.

임윤찬은 이번 대회 준결선에서 난이도가 높아 ‘악마의 곡’으로 불리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2곡 전곡을 65분간 쉬지 않고 연주했다. 결선에서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C단조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D단조를 연주해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경이로운 기교, 놀라운 집중력으로 388명의 피아니스트가 참가한 대회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대회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연주 영상을 본 클래식 음악 팬들은 지금도 댓글을 통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국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러시아의 안나 게뉴시네(31),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쵸니(23)가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반 클라이번 재단 제공
한국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러시아의 안나 게뉴시네(31),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쵸니(23)가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반 클라이번 재단 제공

임윤찬은 7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예원학교를 2020년 수석으로 졸업하고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다. 11세인 2015년 금호문화재단 영재 콘서트로 데뷔해 15세에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와 특별상 2개를 수상했다. 2017년부터 한예종에서 손민수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다.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라서 더 주목받고 있다.

임윤찬은 국내 소속사인 목프로덕션을 통해 “우승했다는 기쁨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음악에 더 몰두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밝혔다. 현지 기자회견에서는 “연습했던 것의 30%도 나오지 않아 굉장히 아쉽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음악 앞에선 학생이기 때문에 더 배우고 싶다”고 했다.

“성인이 되기 전에 제 음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대회에 참가했다”는 그는 “제 꿈은 그냥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와 사는 것”,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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