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개월 기다려 1%만 통과...한국 난민 인정은 ‘극한 여정’
17.3개월 기다려 1%만 통과...한국 난민 인정은 ‘극한 여정’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6.20 12:11
  • 수정 2022-06-21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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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0일 세계 난민의 날]
한국 난민협약 가입 30주년·난민법 제정 10주년
난민재신청 갈수록 증가
신청자 절반은 이의신청·소송 나서

신분증명서도 생계비 지원도 없고
취업도 막힌 난민재신청자들 ‘발 동동’
인권위 “취업 허가 등 최소한의 생존 보장해야”
2021년 4월 21일 난민인권네트워크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난민신청 접수거부 위법확인소송 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21년 4월 21일 난민인권네트워크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난민신청 접수거부 위법확인소송 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내 난민인정률은 1.0%다. 2021년 1년간 난민신청 심사를 받은 7109명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72명뿐이었다.

난민신청 심사에 평균 약 17.3개월이 소요된다. 심사에서 탈락해 이의신청이나 소송을 진행하는 이들은 훨씬 더 오랜 기간 불안정한 신분으로 체류하게 된다. 신분 증명서, 생계비 지원도 없고 취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난민 보호를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 강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난민재신청자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는 한국이 난민의지위에관한협약(난민협약)에 가입해 국제 사회에서 난민을 보호할 법적 의무를 지니게 된 지 30년이 되는 해다. 난민법 제정 10주년이기도 하다.

현실은 처참하다. 난민신청자는 매년 느는데, “난민심사 전문성 부족, 통·번역 미흡, 심사 기간 장기화, 2%도 못 미치는 낮은 인정률 등으로 인해 한국 정부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및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국제인권규약 위원회로부터 꾸준히 지적을 받고 있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인권위는 “심사 과정에서 본인의 주장이나 본국의 실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민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소송을 하는 난민신청자가 전체 신청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난민인정 신청을 다시 하는 난민재신청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출입국통계 등에 따르면 2021년 난민신청은 2341건, 난민재신청은 1044건이다.

법무부 출입국통계 등을 기초로 한 1994~2021년 한국 정부의 난민 신청 심사 결과 통계.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법무부 출입국통계 등을 기초로 한 1994~2021년 한국 정부의 난민 신청 심사 결과 통계.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난민신청자는 ‘난민법’ 제2조 등에 따라 일정한 법적 지위와 이를 위한 체류자격 등을 부여받는다. 현행법상 난민재신청자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난민재신청자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는 난민신청자의 법적 지위와 권리가 보장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난민 신청 사유나 횟수에 제한이 없고 심사기간 동안 체류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난민제도가 남용될 수 있다며,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지침’에 ‘남용적 난민신청자 체류관리’를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면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하고 3~6개월마다 출국기한 유예조치를 하고 있다. 난민재신청자들은 심사가 끝날 때까지 생계유지 등 기본적인 생활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권위는 “법무부의 ‘남용적 난민신청자 체류관리’가 적체된 난민신청 심사 때문임을 고려하더라도 재신청자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은 국가의 보호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위반할 위험이 있고, 난민신청자의 권리와도 상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13일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난민재신청자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발급하도록 하고, 심사 기간이 부득이하게 길어질 경우 최소한의 생존 보장을 위한 지원 또는 취업 허가 등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우리 정부가 난민신청이나 재신청을 체류자격 연장을 위한 방편으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심사인력 보강 등 인프라를 개선하고, 이를 기반으로 난민심사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신청자 및 재신청자의 존엄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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