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혼 피해 한국 온 지 6년...사란 씨는 왜 난민이 아닐까
조혼 피해 한국 온 지 6년...사란 씨는 왜 난민이 아닐까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6.20 12:08
  • 수정 2022-06-20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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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0일 세계 난민의 날]
기니 출신 코이타 보 사란
18세 때 결혼 강요당해
3년 만에 한국으로 도망
‘젠더폭력 난민’ 인정 않는 한국
재신청도 불허...행정소송 돌입

아이 셋 키우며 아르바이트로 생계 유지
출생신고할 길 막막해 걱정
“육아·의료 걱정 없이 살고파...
우리도 일할 수 있게 해달라”
기니에서 온 코이타 보 사란(Koïta Boh Saran·27) 씨와 세 아이들. 사란 씨는 조혼을 피해 한국으로 떠나와 6년째 살고 있다.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본인 제공
기니에서 온 코이타 보 사란(Koïta Boh Saran·27) 씨와 세 아이들. 사란 씨는 조혼을 피해 한국으로 떠나와 6년째 살고 있다.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본인 제공

기니에서 온 코이타 보 사란(Koïta Boh Saran·27) 씨는 의사나 간호사가 되는 게 꿈이다. 아픈 이들을 돕고 싶다. 고국에서도 의약학을 공부했다.

학업은 마치지 못했다. 2013년 18세 때 가족들의 강요로 한참 연상의 남자와 결혼했다. 기니는 18세 미만 소녀 조혼율이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나라다. 기니 여성의 51%가 18세 이전에 결혼한다(UNICEF, 2020).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나라다. 남편에겐 사란 씨 말고도 아내가 셋 더 있었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피해 2016년 6월 한국에 왔다. 아무 연고도 없는 나라지만 어학연수 비자(D-4)를 받아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며 지냈다. 난민 신청 약 1년 후인 2017년 12월 불인정 통지를 받았다. “대안적 피신이 가능하고, 성년이 돼 귀국 시 가족들로부터 결혼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현저히 줄었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 정부가 할례, 조혼, 성폭력 등 젠더폭력을 난민 인정 사유로 본 사례는 드물다. 2017년 대법원이 할례를 피해 온 라이베리아 여성의 난민 자격을 인정하며 여성 할례는 ‘박해’라고 판단한 게 최초다. 사란 씨의 난민불인정처분 이의신청은 기각됐다. 취소소송을 제기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사란 씨와 첫째, 둘째 아이. ⓒ본인 제공
사란 씨와 첫째, 둘째 아이. ⓒ본인 제공

사란 씨는 한국에 온 첫해에 만난 라이베리아 남자와 가정을 꾸렸다. 대구에서 세 아이를 키우며 산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는 기니, 말리, 세네갈 등에서 온 난민 여성과 그 아이들 수십 명이 모여 살고 있다. 한국어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사란 씨를 포함해 한두 명 정도다.

사란 씨네 첫째는 6살, 막내가 8개월이다. 아이들은 한국어를 한다. 기자와 통화하는 내내 옆에서 “엄마 (놀이터) 가자”며 졸랐다. 

육아만으로도 바쁜데,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하다. 사란 씨 같은 난민신청자(G-1-5 비자)는 ‘단순노무’만 할 수 있다. 아이들 어린이집 등하원도 챙겨야 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모텔 청소, 애호박·토마토 따기 등 농사일을 한다. 많아야 월 70~80만원을 번다. 남편 수입까지 월 최대 250~260만원으로 다섯 식구가 먹고산다. 월세 25만원, 공과금, 인터넷 요금, 어린이집 보육료, 기저귓값, 분윳값.... 허리가 휜다.

남편은 난민 신청을 거부당해 불법체류자가 됐다. 당국의 눈을 피해 타지에서 공장 아르바이트를 한다. 적발되면 출국명령을 받거나 구금될 수도 있다. “위험해요. 하지만 일 안 하면 살 수 없어요. 애가 셋인데... 저까지 (난민 신청을) 거부당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해 태어난 막내는 아직 출생신고를 못 했다.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다. 무국적자로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다. 이런 아이들이 적지 않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국제인권기구들이 수년째 한국 정부에 보편적 출생신고제 도입을 권고해온 이유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의 자녀는 부모의 국적국 재외공관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만 한다. 자국을 떠나온 난민신청자들에게 제 발로 자국 대사관을 찾아가란다. 한국엔 기니 대사관도 없다. 가장 가까운 곳이 일본이다.

사란 씨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식구들이 큰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란다. 대구의료원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임신·출산과 코로나19 대유행이 겹치면서 아직 백신도 맞지 못했다. 아이들도 미접종자다. 

난민인권네트워크 회원들이 1월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아프간 난민, 특별기여자에 대한 한국 정부 보호의 실상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난민인권네트워크 회원들이 1월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아프간 난민, 특별기여자에 대한 한국 정부 보호의 실상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사란 씨는 오는 7월 8일 난민불인정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문제를 호소할 예정이다. “우리 (난민들) 문제는 다 똑같아요.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요. 아프거나 아이를 키울 때 걱정 없이 살고 싶어요. 공부도 하고 싶어요. 조금만 도와주면 좋겠어요.”

“난민들은 ‘우리는 구걸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취업 허가를 받아 직접 노동하고 돈을 벌어서 생활하고 싶다’고 합니다.” 사란 씨 항소심을 지원하는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에서 활동하는 고명숙 이주와가치 소장의 말이다. “임시나마 체류를 허가한다면 노동할 권리도 당연히 부여해야 합니다. 이건 생존의 문제입니다.”

난민 여성이 겪는 이중의 차별도 문제다. 고 소장은 “난민 가정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 맞는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난민 여성들은 난민 차별에 성차별까지 이중의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를 키우는 경우 ‘독박육아’를 하는 경우가 많고 우울증 등에 더 취약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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