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바꿔치기했다는 직접적 증거 없어
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친모 석 모(48)씨가 지난해 8월 17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친모 석 모(48)씨가 지난해 8월 17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자신의 아이를 친딸이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한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읔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50대 여성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해당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아이의 친모라는 사실만 증명할 뿐이고 아이 바꿔치기에 대한 증거는 부족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 약취(납치)와 사체 은닉 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모(49)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이 사건 여아(사망 여아)를 피고인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납치 여아)를 이 사건 여아와 바꾸는 방법으로 약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그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2월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 A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양의 친모로 알려진 김 씨가 아이를 방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유전자 검사 결과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 씨가 친모로 파악됐다. 석 씨는 관련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어진 대검찰청 DNA 검사 결과에서도 A양의 친모는 석 씨로 나타났다.

1심과 2심은 출산 직후 상황을 고려해 석 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석 씨가 출산 한 달 전 직장을 그만뒀다는 사실에 대해 거짓 진술을 한 점, 당시 큰 옷을 산 점, 평소 가던 대중목욕탕을 이용하지 않은 시기가 있었던 점, 온라인으로 해온 여성용품 구매가 임신 의심 기간에만 중단된 점 등을 정황 판단의 근거로 활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소사실이 특정한 범행 시점인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 32분쯤부터 4월 1일 오전 8시 17분쯤 사이에 아이 바꿔치기가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석 씨가 자기 딸이 아이를 낳을 무렵에 출산했을 것이라는 2심까지의 추정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목격자나 CCTV 등 직접적인 증거가 부재해 ‘아이 바꿔치기’를 사실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더불어 석 씨가 단순히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충분한 동기로 판단되지 않으며 퇴사한 경위나 당시 산부인과의 상황 등 간접 증거에 관한 의문이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A양을 기르다가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 씨는 지난해 징역 20년을 확정받아 형을 살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