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노회찬 사무총장의 칠순 노모
아들의 길에 대한 이해와 격려에 감동

촌철살인의 화술로 총선기간 동안 인기를 모으더니 당선 후 드디어 확실한 스타로 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노회찬씨. 온갖 종류의 미디어에서 섭외 0순위가 된 모양이다. 요즘 곳곳에서 보인다.

지난주에는 나의 둘째아들이 진행하는 심야 라디오 음악프로에 출연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아니, 여기까지? 둘째는 지나가는 말로 “어머니, 뭐 궁금한 거 있으세요” 하고 물었다. 인터넷 돌아다니면서 웬만큼은 다 아는데 궁금한 게 뭐 있겠냐고 대꾸하다가 아 참, 엄마라는 사람이 이렇게 시큰둥하면 안 되지 싶어서 얼른 말을 바꾸었다. 그 양반, 부인하고 굉장히 사이가 좋은 것 같은데 휴일은 뭐하고 노냐고 물어보라고(싱겁게 들리겠지만 나로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질문이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는). 둘째에게도 역시 싱겁게 들렸는지 그날 밤 그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진솔하고 유쾌한 대화를 통해서 노회찬씨의 결혼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전에 인터넷을 통해 본 한 인터뷰기사에 따르면 아내와 결혼한 이유가 아내를 통해 자신이 더 나은 인간으로 발전하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를 읽는 순간은 좀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는데 실제 목소리로 들으니 나의 삐딱선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남자로구먼.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우연히 KBS-TV '아침마당'에 나온 노회찬씨 부부를 보았다. 연애과정부터 수배중의 결혼, 옥바라지와 요즘의 일상생활까지 낱낱이 공개되는 시간이었는데 솔직하고 담담하게 모든 걸 털어놓는 부부의 모습은 '보기에 좋더라'는 말 이외에 더 적당한 표현이 없었다.

아이쿠, 서론이 너무 길어져 버렸네. 원래 내가 하려던 이야긴 노회찬씨 부부 칭찬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자꾸 이런다니까. 나이는 못 속여, 라고 말했다간 더 이상 글쓰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할까 봐 취소.

내가 그날 아침 감동을 받은 건 전화로 연결된 노회찬씨 어머니 때문이었다. 그 어머니는 아들이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말렸지만 아들의 결심을 막을 수 없음을 알자 노동운동에 대한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기 시작, 10년 동안 계속했다고 한다. 왜 아들이 그 일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였고 또 아들에게 이왕이면 잘하라고 격려하기 위해서였단다. 아들이 수감된 3년 동안 170여 통의 편지를 썼는데 화면에 언뜻 비친 내용을 보니 아들에게도 반말이 아닌 존대말을 쓴 게 눈에 띄었다.

게다가 70대 후반의 여성이 전화인터뷰에서 그토록 차분하고 조리 있게 의사를 전달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들의 말솜씨가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패널로 나온 한 사람도 감탄을 금치 못했지만 나 역시 “야, 대한민국 어머니 정말 만만세다!” 외치고 싶었다.

무조건 자식한테 엎어지는 어머니도 아니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외면하는 어머니도 아니고, 아이 없는 자식에게 압력을 넣는 어머니도 아니고. 자식자랑에 침이 튀지도 않고 지나치게 겸손한 척도 안 하는 그런 어머니. 멋진 어머니.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어머니를 만나면 내 어머니인 듯 반갑고 기쁘면서도 한편에서는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도대체 그럼 넌 자식들에게 어떤 어머니냐는, 마냥 피하고 싶은 질문이 새삼 떠오르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다른 어머니들에게 '당신의 인생을 아이들에게 올인하지 말라'고 딴지나 거는 나. 비가 쏟아져도 학교에 우산 한 번 안 갖다 줬으면서도 아이들이 살갑게 굴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나. 어버이날 아이들한테서 맛있는 걸 얻어먹을 때마다 자신의 어머니 노릇에 대해서 되짚어보지만 다음날이면 또 새까맣게 잊고 마는 나. 어머니로 산다는 것에 대해 되도록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나. 어떻게 하면 죽는 날까지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만 궁리하는 나. 나는 어떤 어머니로 기억될까.

박혜란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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