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은 80% 이상 승선 실습
취업률도 여성 49%·남성 80%
인권위, 한국해양대에 개선 권고
해수부에도 여성 선원 고려한 선박시설 개선
해기사면허 소지 선원 성별통계 구축 등 권고

2019년 4월 14일 오후 2시 한국해양대 내 부두에서 2019학년도 1학기 원양항해실습 출항식이 열렸다. 실습선 한나라호가 출항하고 있다. ⓒ한국해양대
2019년 4월 14일 오후 2시 한국해양대 내 부두에서 2019학년도 1학기 원양항해실습 출항식이 열렸다. 실습선 한나라호가 출항하고 있다. ⓒ한국해양대

남성 88%(1832명), 여성 39%(138명). 2017년~2021년까지 5년간 한국해양대의 학교·현장 실습에 참여한 학생 성비다. 남학생 비율이 여학생의 2배가 넘는다. 남학생은 평균 80% 이상이 현장 실습을 나가는데 여학생은 39%뿐이다. 성별 격차는 취업률로도 연결된다. 남학생의 졸업 후 평균 취업률은 매년 80% 이상, 높게는 89%인데 여학생은 49~61%에 그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관행을 성차별이라고 판단, 지난 5월 31일 한국해양대 총장에게 승선 실습생 선발 시 성별 균형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고, 이 대학을 관리감독하는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여학생 현장 실습 비율을 남학생과 동등한 수준으로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문제를 제기한 것은 한국해양대 학생들이다. 3학년이 되면 해기사 승선 실습을 필수 이수해야 하는데, 민간 해운회사에 위탁하는 현장실습 선발 성비가 성차별적이고 여학생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한국해양대 측은 ”성차별 고의는 없고 해운회사의 이해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했다. ”장기간 고립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해운 분야 특성상 남성 위주로 운영돼 온 까닭에 선박 내에 여성 해기사 생활 시설 부족 등 여건이 미비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 해운회사만 소규모로 여학생을 실습생으로 선발하는 등 여학생의 해상근무 진출에 제약이 많다“고 밝혔다. 또 ”해운회사들이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 개념으로 현장실습의 제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터라, 대학이 사기업을 대상으로 여학생의 현장실습 배정 비율을 높이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학이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투자할 가치가 적다는 해운회사 측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여학생의 선발을 일정 수준(15%)으로 제한하거나 현장실습에서 여학생 비중을 늘리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해기사 직업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해운회사 측이 주장하는 여성의 조기 퇴직률 등은 검증된 바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 문제가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닌 해운·해상업계 전반의 성차별과 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해운 분야는 1996년 처음으로 여성 해기사가 등장했고, 2019년 첫 여성 선장이 배출되는 등 여성이 진입하기에 어려웠던 영역이다. 현재 취업 선원 총 3만 3565명 중 해상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은 50~60명에 불과하다. 2017년~2021년 한국해양대 현장 실습 여학생의 평균 취업률은 85.2%로 전체 여학생(61%)보다 높았지만, 현장 실습을 한 여학생도 해상분야 취업률은 51%에 그쳤다. 

해사를 졸업하면 3등 해기사면허를 취득하나, 해상 분야로의 취업이 어려워 2등, 1등 해기사면허 취득도 쉽지 않다. 해양 관련 기업에 취업한 여학생은 승선경력, 해기사 면허등급이 낮은 경우 하위 직급·단순 업무로 시작하는 반면, 남학생은 감독이나 대리직급 이상으로 시작했다(해양전문인력 양성 및 채용정책 특정성별영향평가, 2020).

인권위는 ”해운 분야 노동시장에 남학생을 선호하는 실습 및 채용 관행을 적극 시정“해야 한다며 ”이러한 관행은 여성이 해운 분야 노동시장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구조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여학생의 현장실습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해양수산부에도 국내 선원이 근무하는 선박의 시설현황을 점검해 여성 선원의 승선을 위한 실질적 개선 조치를 취할 것, 해기사면허 소지 선원에 대한 성별 통계를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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