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장금'이병훈 피디, 김영현 작가, 탤런트 김여진씨 이화여대서 특별 강연

직업 통한 신분상승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아

조선시대 의녀는 어떤 존재였을까. 얼마 전 종영한 MBC TV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조명된 의녀는 그 신분이 '천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천민 '장금'이 수랏간 나인을 거쳐 임금의 주치의에 오르는 과정. 이는 역사의 고증이나 사실성 여부를 떠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으로 현재 처한 위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국민 드라마'라는 평을 얻을 만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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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의에 오른 장금도 품계를 받은 것은 아니어서 완전히 신분상승을 했다고 말할 순 없다. 조선시대 의녀는 여성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전문직이었지만, 가부장적인 유교질서는 여성들에게 직업을 통한 신분상승을 허락지 않았다. 중인이었던 남자 의관과 달리 조선 시대 의녀가 천민이었던 까닭은 당시 조선사회의 성별 위계를 말해준다.

◀조선시대 의녀는 '천민' 출신이었다. 사진은 대인기를 모은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

(이영애 분).

지난 4일 '한국의 일상문화'를 주제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2004년 한국학 특성화 학술대회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의 이병훈 피디, 김영현 작가, 탤런트 김여진씨가 참석해 '대장금'에 나타난 의녀 제도 등에 대해 특별강연을 했다.

작가 김영현씨는 “가장 고도의 기술을 가져야 하는 직업인데, 천민 중에서 뽑고 글을 모르니 다시 교육을 시켜 의녀를 시킨다는 점이 극적인 요소로 다가왔다. 중종 때 의녀들의 이야기가 특히 많이 등장했는데, 이는 연산군 때의 약방 기생에 대한 반향이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의녀들에게 가무와 악기연주를 가르쳐 연회에 참석시키던 것은 중종반정 이후 금지됐으나 잘 시행되지 않아 조선 말까지 의녀들은 의료와 가무를 병행하는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고 한다. 그러나 의녀들은 남자 의원이 여자 환자를 볼 수 없는 상태에서 환자의 환부를 만질 수 있었기 때문에 부녀자들의 부스럼, 출산, 간호 등을 치료하는 데에 전문가가 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의술에 대한 전문지식과 축적된 경험으로 나름대로의 영역을 확보했을 것이다.

극중에서 충독치료와 치통의 권위자 장덕 역을 맡은 김여진씨는 “만일 의녀가 중인이나 평민이었다면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의녀가 되려고 했을 것이다. 사람의 몸과 생명을 다루는 여성인데 왜 천민이었을까 궁금했다”면서 이는 “천민이어야만 중인인 남자 의관들의 명령에 복종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라고 답했다.

당시 의녀는 의학서적과 약방문을 읽기 위해 한문교육을 받고 유교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을 배웠지만 주로 남자의원의 보조적 역할을 담당하는 데에 머물러야 했다. 이는 김씨가 맡은 장덕이란 인물과 극 중의 상황에서 잘 드러난다.

김씨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장덕이 끝까지 궁에 안 들어갔던 이유는 신분은 천민이지만 기술과 실력으로 나름대로의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장덕이 남자 의관들의 치료법에 토를 달 수 없는 한계나 남자 의관들의 보조 역할에 머무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당시 장덕이란 인물은 조선사회의 성별 위계에 저항한 직업 여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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