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폐현수막 최소 12만8000장
재활용률 10% 미만, 대부분 매립‧소각

선거 후 거리에 걸렸던 현수막들은 어떻게 될까.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현수막들도 있지만, 대부분 버려져 매립‧소각돼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일대에서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선거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다음 날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일대에서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선거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는 현수막 12만 8000장이 사용됐다. 현수막을 한 줄로 묶으면 1281km로 서울에서 도쿄까지의 거리인 1300km에 맞먹는다. 이는 선거운동 기간 내 후보자가 게시한 현수막에 한한 결과다. 선거 후 당선자, 낙선자들이 내건 현수막은 선관위 산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투표 독려를 위한 현수막은 수량‧구격 제한이 없다. 따라서 실제 폐현수막은 수십만장에 이를 수도 있다.

선거 현수막은 공직선거법 제276조에 따라 선거일 후 '지체 없이 철거해야 한다'고만 나와 있을 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는 후보자들이 철거해야 하지만 대체로 지자체에서 수거하는 편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를 내긴 어렵지만 저희가 많이 수거했다. 민원이 예상되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바로 수거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수거된 현수막은 재활용 기관으로 보내지거나 요구하는 사업체, 개인에게 제공된다. 재활용 기관에서는 현수막을 제품화하기 전 가공한다. 서울시 새활용센터는 지자체가 수거한 현수막을 받아 달려있는 막대나 끈을 제거하고 세척한다. 이후 규격에 맞춰 잘라 폐현수막으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제공한다. 기업들은 폐현수막을 마대, 에코백, 파우치, 가방 같은 생활 잡화부터 줄넘기, 밧줄 등으로까지 재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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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3월 치러진 대선 이후 폐현수막 실태를 조사한 결과 90%는 매립이나 소각 처리되고 있었고, 재활용률은 1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는 폐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 '누깍'의 가방들. ⓒ여성신문

하지만 재활용에도 한계가 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대선 이후 폐현수막 실태를 조사한 결과 90%는 매립이나 소각됐고, 재활용률은 1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폐현수막으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 ‘누깍’ 관계자는 “폐현수막의 저작권 문제가 있어 업사이클링이 수월한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누깍 측에서는 현수막 제작자에게 저작권까지 일임하는 스페인산 현수막을 많이 사용한다고 밝혔다. 

환경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현수막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폐현수막의 재질과 디자인 문제 때문에 재활용돼도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재활용이 완전한 대안은 될 수 없다. 우선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면서 “후보별로 현수막 사용 개수를 제한해야 한다. 혹은 온라인 홍보로 대체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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