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으로 내몰리는 발달장애 부모들… 독박돌봄 대신 정책지원 절실
벼랑으로 내몰리는 발달장애 부모들… 독박돌봄 대신 정책지원 절실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2.06.07 14:17
  • 수정 2022-06-08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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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7일 국회 앞 기자회견
최근 잇따라 발달장애 자녀 살해 사건 발생
부모들 “장애인 가족 참사는 사회적 타살”
장애인 당사자 “부모에게 짐 되고 싶지 않아”
조경윤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저는 엄마, 아빠께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부모님과 행복하게 오래도록 같이 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5월 24일 엄마와 TV를 보다가 엄마와 아이가 아파트에서 함께 뛰어내렸다는 뉴스를 봤다”며 “저도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말씀드렸고 엄마는 저를 꼭 껴안아주셨다”고 얘기했다. ⓒ여성신문
발달장애인 조경윤씨는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저는 엄마, 아빠께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부모님과 행복하게 오래도록 같이 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5월 24일 엄마와 TV를 보다가 엄마와 아이가 아파트에서 함께 뛰어내렸다는 뉴스를 봤다”며 “저도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말씀드렸고 엄마는 저를 꼭 껴안아주셨다”고 얘기했다. ⓒ여성신문

“저는 엄마, 아빠께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부모님과 행복하게 오래도록 같이 살고 싶습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조경윤씨는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씨는 “지난 5월 24일 엄마와 TV를 보다가 엄마와 아이가 아파트에서 함께 뛰어내렸다는 뉴스를 봤다”며 “저도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말씀드렸고 엄마는 저를 꼭 껴안아주셨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연대는 “지원 체계의 부재로 인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만약 지역사회 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가 구축돼 있었다면 이분들은 오늘 살아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란, 신체 및 정신이 해당하는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자폐성장애와 지적장애를 모두 포함하는 표현으로 현재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25만5207명(2021년 말 기준)이다. 그러나이 가운데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은 비율은 26.9%(6만8807명)에 그쳤다.

발달장애인의 돌봄 부담은 오롯이 부모 등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발달장애인 부모 1174명을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0.5%(241명)는 “자녀 돌봄 문제로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뒀다”고 했다. 직장을 그만두는 쪽은 어머니가 78.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근 발달장애를 겪는 자녀를 돌보면서 생활고를 겪던 부모들이 자녀를 직접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연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20여건의 비극이 이어졌다. 알려진 사건만 해도 △2020년 3월 제주, 어머니가 발달장애 자녀 살해 후 자살 △2020년 4월 서울, 어머니가 4개월 발달장애 자녀 살해 △2020년 6월 광주, 어머니가 발달장애 자녀 살해 후 자살 △2021년 2월 서울, 장애인 부모 자살 △2021년 4월 서울, 장애인 부모 자살 △2021년 5월 충북, 장애인 부모 자살 △2021년 11월 전남, 아버지가 발달장애 자녀와 노모 살해 △2022년 3월 경기,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 살해 후 자살 시도 △2022년 3월 경기,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 살해 후 자살 시도 △2022년 5월 서울, 어머니가 발달장애 6세 자녀와 투신 △ 2022년 5월 인천,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 살해 후 자살 시도 등이다. 

지난 5월 29일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공포 2년 후부터 전국 17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선 돌봄이 더 필요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다만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의도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국회에 △발달·중증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보장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서울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등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여성신문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여성신문

이날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장애인 부모를 예비 살인자로 만들지 말라며 국회와 정부를 규탄했다. 윤 회장은 “장애인 가족 참사를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이 참사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정부가, 국회가 주도한 타살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5건의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났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묵묵부답”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장애인가족은 지워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비극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영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장은 자폐 장애가 있는 아이를 출산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김 인천지부장은 “제가 죽지 못했던 이유는 둘째를 낳고 두 아이가 눈에 밟혀서”라며 “올해로 스무 살이 된 첫째를 지역사회에선 받아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젠 내가 죽더라도 내 아이는 국가가,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아이가 행복하게 자기 삶을 살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너는 나 죽기 전에 같이 죽자’… 저는 생존자입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자신을 생존자라고 얘기했다. 박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너는 나 죽기 전에 같이 죽자’, ‘나 죽을 때 같이 죽자’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며 “제 나이가 60살이 넘은 지금도 이 말은 수많은 장애인 가족 사이에서 되풀이 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신문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자신을 생존자라고 얘기했다. 박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너는 나 죽기 전에 같이 죽자’, ‘나 죽을 때 같이 죽자’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며 “제 나이가 60살이 넘은 지금도 이 말은 수많은 장애인 가족 사이에서 되풀이 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신문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자신을 생존자라고 얘기했다. 박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너는 나 죽기 전에 같이 죽자’, ‘나 죽을 때 같이 죽자’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며 “제 나이가 60살이 넘은 지금도 이 말은 수많은 장애인 가족 사이에서 되풀이 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사 뉴스를 보며 나는 지금까지 생존자였다는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며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돼 국격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장애인 가족은 수십 년째 도돌이표”라고 말했다. 이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가 구축돼서 죽어가는 부모 없고 생존자로 살아남은 자녀들이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도 연대를 ‘해마다 추모제를 열고 있는 집단’이라고 설명하며 “왜 유독 새 정부가 탄생한 이 시기에 장애인 가족의 죽음이 몰렸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장애인 가족들이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해도 윤석열 정부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며 “권력 있는 사람들만이 이 죽음을 멈출 수 있다. 장애인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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