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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여성신문은 범여성계가 참여하는 '룡천돕기여성행동'과 함께 공동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룡천돕기여성행동'은 5월 13일까지 집중 모금캠페인을 펼치며 본지에 4주 동안 룡천돕기 캠페인 관련 내용을 담은 칼럼을 연재할 계획이다. 이번 호에서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사인 김연철 고려대 교수가 첫 칼럼을 게재한다. 룡천돕기 캠페인에 참여를 원하는 독자는 모금캠페인 계좌로 구호기금을 지원할 수 있으며, 어린이 엽서쓰기 캠페인인 '북녘 룡천 친구야 힘내'에도 참여할 수 있다. - 편집자 주

언젠가 일본 사람이 말했다. 남북한은 이제 서로 다른 민족이 되었다고.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한 그가 오랫동안 식량난을 겪은 북한 사람들의 작은 키와 부실한 영양상태를 보고 말한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참담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그날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북녘동포와 다시 통일해야 한다. 현재 북한 경제의 실상이 그들의 정책 실패 때문이든, 혹은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이든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곧 우리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용천을 보면서, 왜 우리가 인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인도주의는 말 그대로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이루어진다. 용천사고 이후 미국도 일본도 그들의 대북강경정책과는 별개로 인도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고 일회성이다. 1995년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을 받아오는 북한이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지원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핵문제도 있었지만 지원이 장기화되면서 '원조 피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최근 들어 남한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북한의 식량수급 상황은 여전히 외부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고, 비료를 비롯한 자체적인 농업복구 능력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활성화된 남북교류협력의 수준도 작용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은 공적 협력사업이나 민간기업의 경제협력과 달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분야다. 1984년 남쪽이 수해를 입었을 때, 북한이 지원을 한 사례도 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만큼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인도적 지원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정치군사적 현안이나 경제 협력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상호신뢰의 형성은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에 좋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용천사고 이후 남쪽의 높아진 지원열기에 비해 북쪽이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번에 북쪽이 육로를 개방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움이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의 원래 정신은 받는 사람의 입장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체제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모든 것을 개방할 가능성은 없다. 그것은 우리의 일방적인 소망일 뿐이다. 우리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한반도의 탈냉전 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의 기대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북한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002년 7월부터는 경제개혁을 시작했고, 개성공단을 비롯한 개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적 지원분야에서도 그동안 꾸준히 우리가 요구해 온 분배투명성 확인을 위한 방북을 늘려가고 있다. 이번 용천지원은 남쪽이 북쪽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용천사고 이후 우리에게 비친 북한은 가슴이 아프다. 아무것도 없다. 그들의 말라버린 눈물과 절망을 넘어서버린 무표정을 위로해 줄 사람들은 적지 않지만, 지원 규모나 동기면에서 당연히 남쪽의 역할과 비중이 크다. 이번 기회에 북녘동포들은 남녘의 많은 따스한 가슴들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북한을 돕는 것은 우리를 돕는 일이다. 분단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한반도의 발전 환경은 21세기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국가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용천사고 복구지원을 넘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북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성의 손길을 보냅시다."

"룡천돕기 여성행동" 모금 캠페인 계좌

우리은행 064-157851-13-117

예금주:(사)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국민은행 491037-01-001772

예금주:(사)한국여성 단체연합

국민은행 411401-01-132738

예금주:손미희(룡천의 새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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