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취재했다고 처벌?… 여권법에 가로막힌 분쟁지역 취재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했다고 처벌?… 여권법에 가로막힌 분쟁지역 취재
  • 김민주 수습기자
  • 승인 2022.06.04 05:09
  • 수정 2022-06-06 12: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권법 개선을 위한 성명 발표 및 토론회’

여권법 제17조. “국민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중략)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 자국민 보호를 위한 이 법이 언론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여권법 개선을 위한 성명 발표 및 토론회가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여권법 제17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분쟁지역 사진가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3일 여권법 개선을 위한 성명 발표 및 토론회가 서울 중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렸다.  ⓒ뉴시스·여성신문
3일 여권법 개선을 위한 성명 발표 및 토론회가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렸다. ⓒ뉴시스·여성신문

사회를 맡은 석재현 온빛다큐멘터리 회장은 “과거에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사진의 꽃이라 생각했었다”며 “누군가는 분쟁지역에서 현장의 진실을 목격하고 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2007년 마련된 여권법으로 인해 실제로 현장에 접근하고 상황을 목격하고 기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7명의 사진가들은 분쟁지에서 겪은 경험을 통해 여권법 제17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별남 사진가는 “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가는 사람들이라는 것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전시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김상훈 사진가는 “우리나라의 외교력이 올라가고 여권 파워도 세계 2위라고들 하는데. 유독 분쟁지역에는 기자를 보내지 않는 행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지 언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현지 언론의 기사는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시각으로 기록화하고 촬영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기회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제강점기 시절과 전쟁을 겪었다가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한 발언도 나왔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전 당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촬영했던 정은진 기자는 “한국은 강대국의 침략을 받는 약소국이자 피해자였기 때문에 약자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2009년 세계 포토저널리즘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평가받는 월드프레스포토를 받은 송남훈 사진가는 “‘내부에 문제가 많은데 왜 외부를 신경쓰냐’는 반응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의 경제력을 봐서는 외국을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관점, 넓은 범위에서 논의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난 후, 참여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위헌성이 있음에도 여권법 제17조가 지속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상훈 사진가는 “이런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저항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여권법이 잘못됐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명서의 초안 작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김상훈 사진가가 성명서의 마지막 문단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현 제도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기록해야 하는 언론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내 언론의 국제 경쟁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5월 31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여권법 개선을 위한 세계 분쟁지역 사전전 - 금지된 현장’이 열린다. ⓒ뉴시스·여성신문
5월 31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여권법 개선을 위한 세계 분쟁지역 사전전 - 금지된 현장’이 열린다. ⓒ뉴시스·여성신문

한편, 여권법 제17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5월 31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여권법 개선을 위한 세계 분쟁지역 사전전 - 금지된 현장’이 열린다. 이유경, 정은진, 유별남 등 14명의 분쟁지역 취재 사진가들이 참여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