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광역단체장 당선인 공약 들여다보니
출산·육아 중심에 ‘여성 공약’ 표현 드물어

6.1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17석을 두고 열띤 유세가 벌어졌던 지역에는 당선인과 공약이 남았다. 특히 여성 정책 공약은 후보자에 따라 육아·출산·일자리·성평등에서 관점의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 출산과 육아 중심 공약
‘여성 공약’ 표현 사용도 드물어

대부분의 당선인이 출산과 육아를 중심으로 공약을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인은 ‘여성과 아이가 행복한 도시’ 정책으로 △세종형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프로그램 확대 △직장맘 지원센터 설치 운영 △직장 어린이집 확대 △권역별 어린이 야간, 응급 서비스 구축 △여민전 에듀포인트 신설 등을 발표했다.

김진태 당선인 선거 공보물 중 일부(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공보물 캡처)
김진태 당선인 선거 공보물 중 일부(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공보물 캡처)

‘여성’이라는 표현 대신에 ‘출산’ ‘아이’ 등의 표현을 주로 쓰기도 했다. 강원도지사로 뽑힌 김진태 당선인은 모두를 위한 맞춤형 공약 아래 엄마와 아이를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육아지원 도민비서’ 운영 △전국 최초 ‘예비 엄마 수당’ 신설 △0~10세까지 육아기본수당 지급 △ ‘육아재택근무제도’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충북도지사로 선택된 김영환 당선인도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충북’이라는 슬로건 아래 △출산수당 1,000만 원 지급 △영유아 보육료 및 육아수당 지급 등을 내세웠다. 경남도지사로 선택된 박완수 당선인은 △공공조리원 신설 및 산후조리 비용 지원 △아동돌봄본인부담금 지원을 내걸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인은 ‘경북형 완전돌봄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산모신생아 지원 △보육부담 비용 제로화 추진 △시간제 보육서비스 확대 등을 발표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은 ‘아이들이 즐겁게’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어린이집 확충 및 보육지원 확대 △어린이 도서관 건립 △어린이집 환경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라북도지사로 뽑힌 김관영 당선인은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군산’을 슬로건으로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확대 △공공형 어린이집 확충을 내걸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아이 키우기 좋은 제주’를 만들겠다며 △임신부 막달 가사돌봄서비스 △제주형 출생육아수당 지급 △야간 돌봄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출산·육아 공약에 더해 일자리 공약 내세우기도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여성 공약’을 내놓는 대신 각 분야에 여성 관련 공약을 포함하는 방식을 택했다. 취약계층 공약으로 임산부 교통비 70만 원 지원을 내세우는 한편, ‘서민경제 활력 서울’이라는 공약 아래 구직활동지원금·경력보유인턴십 등으로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정복 인천시장 선거공보물(위), 이장우 대전시장 선거공보물(아래) (사진=선거공보물 캡처)
유정복 인천시장 선거공보물(위), 이장우 대전시장 선거공보물(아래) (사진=선거공보물 캡처)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엄마가 즐거운 도시’라는 문구 아래 △인천맘 센터 신설(출산보육, 일자리 지원) △출산장려 지원금 1,000만 원, 임신부 교통비 50만 원 지원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실시를 내세웠다. 유 당선인은 ‘맞춤형 일자리 60만 개 조성’ 공약 아래 여성 취업 확대·경력 보유 여성 지원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은 ‘여성이 안전하고 행복한 대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대전’을 약속하며 △경력단절여성 취업장려금 지원 △여성 안심화장실(CCTV) 확대 설치 △맞벌이 가정 아침·저녁 급식지원센터 운영 △공립어린이집 확대 및 보육 행정 도우미 지원을 내세웠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종합돌봄시스템 ‘맘투게더’ 구축 △보육시설 아침, 점심반 시간 연장 및 보육료 지원 단계적 향상을 내거는 한편 경력단절여성 교육지원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 당선인은 △난임 시술비 지원 △경력단절 여성의 경력이음 바우처 사업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성평등’ 공약 내세운 소수 후보들

구조적 성차별을 인식하고 ‘성평등’ 공약을 내건 후보들도 있다. 막판 역전극 끝에 경기도지사로 선택된 김동연 후보는 ‘여성 정책 4대 공약’을 내세웠다. ‘여성 정책 4대 공약’은 △경기도 여성가족국 ‘성평등가족국’ 확대 개편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도입 등 여성의 일할 권리 보장 △5대 젠더폭력 피해자 보호 △여성의 건강권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은 여성 공약으로 △젠더 특보 신설 △여성인권보호체계 강화 △성인지감수성 증진 및 성평등 문화 확산 △양질의 여성특화 일자리 창출 및 성별 격차 해소 △ 여성장애인 가정폭력피해자 가족보호시설 신설 및 복지증진 △10시 출근 장려제 확대 운영을 내세웠다.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인은 보수 성향의 당선인 중 유일하게 육아와 출산 중심에서 벗어난 공약을 선보였다. ‘양성평등이 실현되는 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여성스타트업 육성위한 팸테크밸리 조성 △양성평등 총괄코디네이터제 도입 △고위공직자 성평등 처리센터 설치를 내세웠다. 이외에도 △저출산대책 예산 1조 원대 대폭 증액 △신혼주택자금 지원 △출산비용 지원 △영유아 돌봄 확대 등 출산·육아 정책도 추진한다.

출산과 육아 중심 공약도, 성평등 공약도 내세우지 않은 후보도 있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선거공보물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에서 확인할 수 있는 5대 공약서에도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성평등’ 공약에 대한 무관심은 이미 예견돼있었다. 5월 30일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사회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핵심 과제’ 질의 답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인, 김영환 충북도지사 당선인,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인은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으며,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선거후보 자격으로 정책협약이나 답변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당선인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지방자치단체 내 성평등 정책 전담 부서 및 인력, 예산 확충’ 질의에 ‘유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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