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결과]
여성 기초단체장은 7명 뿐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희영 용산구청장 당선인, 이수희 강동구청장 당선인, 이순희 강북구청장 당선인, 김미경 은평구청장 당선인, 김경희 이천시장 당선인, 신계용 과천시장 당선인, 김보라 안성시장 당선인.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희영 용산구청장 당선인, 이수희 강동구청장 당선인, 이순희 강북구청장 당선인, 김미경 은평구청장 당선인, 김경희 이천시장 당선인, 신계용 과천시장 당선인, 김보라 안성시장 당선인.

‘중년 남성’, 6·1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자의 평균 얼굴이다. 여성은 찾아보기 힘든 선거였다. 1995년 첫 선거 이후 27년째 불변이다. 17개 광역단체장은 또 다시 남성들 차지였다. 공천을 받은 여성 후보는 사실상 전멸 수준이었고 성평등 의제는 주변부로 밀려났다.

또 멀어진 여성광역단체장 탄생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접전 끝에 0.15%포인트 차이로 패하면서 첫 여성 광역단체장 탄생은 4년 뒤를 기약해야 한다. 1995년 첫 지방선거를 실시한 이래 올해까지 8번의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광역시·도지사는 총 120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공천을 받은 여성 후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민선 7기까지 재보궐선거 등을 포함해 광역단체장 후보 420여명 중 여성은 20여명에 불과했다. 6·1 지방선거에서도 각 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 55명 중 여성은 10명(18.2%)에 불과했다. 거대 양당이 낸 여성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경북지사 후보 1명,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 등 2명뿐이었다. 그간 거대 양당은 여성 후보 공천에 소극적이었다. 민주당계에서 2006년 강금실, 2010년 한명숙 후보, 2021년 박영선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으나 모두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패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2011년 보선 때 공천을 받은 나경원 후보 외에 당선권에 접근한 후보를 낸 적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김은혜 후보가 출구조사 결과에서 근소하게 우세한 것으로 나오면서 첫 여성 광역단체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막판 대역전극으로 또 다시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기초단체장 여성 당선자 7명 뿐

기초단체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시·군 등 기초단체장 후보 568명 중 여성은 겨우 33명(5.8%)뿐이었다. 이 가운데 당선된 여성 후보는 모두 7명이다.

먼저 서울 25개 구청장 중 당선된 여성 후보는 △용산구 박희영(국민의힘) △강동구 이수희(국민의힘) △강북구 이순희(민주당) △은평구 김미경(민주당) 등 총 4명이다. 4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1명 늘었다. 박희영 당선인은 용산구 첫 여성 구청장에 올랐고, 변호사 출신인 이수희 당선인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 여성본부 대변인 단장으로 일했다. 이순희 당선인은 강북구청장 선거에 네 번 째 도전해 결실을 맺었다. 김미경 당선인은 민선 7기에 이어 연임에 성공했다.

(왼쪽부터) 강은희 대구교육감, 노옥희 울산교육감 당선인.
(왼쪽부터) 강은희 대구교육감, 노옥희 울산교육감 당선인.

경기도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재선 시장이 2명 나왔다. 김보라 더불어민주당 안성시장 당선인과 신계용 국민의힘 과천시장 당선인이다. 김보라 당선인은 경기지역 최초 여성 연임시장이며, 신계용 당선인은 민선 6기에 이어 징검다리로 재선에 성공했다. 초선인 김경희 이천시장 당선인은 9급 공무원으로 임관해 2급 이사관까지 오른 인물로 시장에 당선되면서 ‘9급 공무원 신화’라고 불리게 됐다. 

교육감 선거에선 17개 시·도 교육감 중 △울산 노옥희 △대구 강은희 후보 등 2명만 당선됐다. 

(왼쪽부터) 경남 창원 의창구 김영선 국민의힘 당선인, 대구 수성구을 이인석 국민의힘 당선인.
(왼쪽부터) 경남 창원 의창구 김영선 국민의힘 당선인, 대구 수성구을 이인석 국민의힘 당선인.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대구 수성구을 국민의힘 이인선 당선인과 경남 창원 의창구의 국민의힘 김영선 당선인이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20·21대 총선에서 잇달아 낙선했던 이인선 당선인은 2전3기 도전 끝에 결실을 맺게 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위원으로 합류했던 그는 7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단수 공천을 받으며 낙승했다. 김영선 당선인은 당내 최다선인 5선 중진으로 원내에 복귀한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의 임기가 만료될 연말에 보수정당 최초 여성 국회부의장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번 지방선가 대선의 연장전으로 보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승인한 것이라는 함의가 있다”고 총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향하는 여러 가치와 거버넌스에 국민들이 동의를 해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성 공천 시스템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여성 당선자가 적은 것은 결국 당에서 여성을 충분히 공천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여성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당제 등 제도가 개입하지 않으면 제자리 걸음만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회와 당 차원의 제도 마련과 함께 여성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활약도 당부했다. 그는 “전체 당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지만 당내 의사결정직에는 여성이 얼마나 있나”라고 반문하며, “정당에 제대로 뿌리 내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당에 기여하는 등 당내 의사결정직에 접근도를 높여야 공천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사실상 여성 광역단체장(김은혜)이 나왔어도 그에게 성평등 민주주의라는 가치 실현에 가까운 여성 대표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여성대표성이 직면한 딜레마를 확인하는 선거였다”고 평했다. 그는 “‘백래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기에 민주당 패배는 당연하지만, 유권자에게 거대 정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지 못한 진보진영과 시민사회단체, 이를 야기한 민주당 등 모두가 반성과 성찰,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한다”며 “기존의 관습에 매몰돼 새로운 변화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