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 전에 책에서 이름을 많이 봤던 여성을 TV에서 보게 되었다. 그 여성은 이미 고위직에 진출해 있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제 TV에서 저자였던 사람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여성이 출현하는 것을 보았는데 동명이인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사람들은 “맞다”고 말하며 한결같이 그 여성이 알고 보면 얼마나 권력지향적인지에 대해 냉소적으로 이야기했다.

여성주의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과 권력추구는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란 말인가? 인간의 역사(man's history)는 가부장제의 역사(his story)였다. 앞으로 여성들의 경험을 새롭게 해석해 만들어갈 역사는 공/사 이분법이라는 근대적 경계를 교란시키며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거나 지지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그녀들의 이야기다.

그러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공식성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권력(power)아닌가? 나는 이제 더 이상 위원장, 대표직을 남성에게 양보하고 음지에서 일하는 것이 정치적·윤리적으로 올바른 것이라는 약자의 습성을 버려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남녀가 함께 일하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대표는 남성이 하고 여성은 사무(총무)국장직을 맡고 있다. 여성들이 열심히 일하고 활동력을 인정받아 “대표 한번 출마하죠”라는 권유를 들으면, 내가 왕성하게 활동한 것은 대표직을 염두에 둔, 권력지향적인 것이 아니었음에 대해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증명을 해야만 할 때도 있었다.

나는 이제 '권력지향적 성격'이 반여성주의적인 것과 등치된 결벽증을 극복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향해 돌진해 대표직에 도전하는 여성, 당내 경선에 도전장을 내는 여성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격려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권력이 여성들을 억압하는 것에 사용될 수도 있겠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나는 한번 믿어보는 너그러움을 가져보려고 한다. 권력의 핵심을 더 이상 남성에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정체되어 있지 않고 더 나아가려는 욕구를 가진 여성의 모습은 아름답다.

우리 사회의 변방에서 권력관계를 변화시키려는 여성들의 치열한 삶을 보면 눈물이 난다.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모습은 권력욕구를 드러내며 권력투쟁을 벌이면서도 남성의 언어로 말하지 않는, 자매애를 잃지 않는 여성이다. 자, 우리 모두 권력을 향해 돌진!

조주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 여성학 강사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