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12월로 유예
혼란에 속 타는 소상공인들

일회용품 규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서울 강남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일회용 컵이 쌓여 있다. ⓒ홍수형 기자
 오는 6월 10일 시행되기로 했던 보증금제 시행이 약 6개월 유예되면서 소상공인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환경부가 제도 시행 3주 전에야 유예를 결정해, 이미 제도 시행에 맞춰 준비해 온 소상공인들의 노력이 쓸모없어진 것이다. ⓒ홍수형 기자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집 베란다를 비워놨었어요, 고객 분들이 취식하는 곳에 (회수된) 컵을 놓을 수 없으니까 집에라도 놓아두려고...”

서울 관악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A씨의 말이다. 오는 6월 10일 시행되기로 했던 보증금제 시행이 약 6개월 유예되면서 소상공인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환경부가 제도 시행 3주 전에야 유예를 결정해, 이미 제도 시행에 맞춰 준비해 온 소상공인들의 노력이 쓸모없어진 것이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게시판을 보면 이런 소상공인들의 혼란을 확인할 수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적용해야 하는 업체들은 컵마다 보증금 반환 여부를 위한 바코드 라벨 스티커를 일회용 컵에 부착해야 한다. 게시판에는 소상공인들이 미리 구입한 스티커를 환불해 달라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A씨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에 대해서 “본사가 그전에 한 것은 공지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에 대한 일 대부분을 본사가 관리하지 않아 정책 유예로 인한 혼란도 소상공인만의 몫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뉴시스·여성신문
약 6개월 유예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관련해 환경부와 프렌차이즈 본사 측에서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실제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대한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디야, 스타벅스 측은 “아직 결정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편 환경부와 프렌차이즈 본사 측에서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실제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대한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디야, 스타벅스 측은 “아직 결정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시행이 12월로 미루어져 아직 결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부의 지침이 내려왔냐는 질문에는 두 본사 모두 “유예 결정 이후 내려온 지침이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18일 ‘보증금 제품을 판매하려는 수량 등의 정보와 보증금 등은 가맹본부 및 사업자의 본사가 제출 또는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1회용 컵 자원순환보증금 및 처리지원금 지급관리 등의 방법안’을 의결했다는 사실만을 고지한 상태다.

결국 정책 유예를 핑계로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불안한 건 소상공인들뿐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대표는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지금 환경부의 정책은 일방적으로 점주들에게 육체적 체력적 부담을 떠넘기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정책을) 수정‧보완해서 불편함이 없을 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계는 12월에 정책이 원활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제대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태도에 대해“제도가 미뤄졌다는 것만으로 대책 마련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실행할 의지가 없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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