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젠더와 정책] 이젠 국정과제에 주목하자
[박선영의 젠더와 정책] 이젠 국정과제에 주목하자
  •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젠더법학회장)
  • 승인 2022.05.31 11:11
  • 수정 2022-05-3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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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5월 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담은 국정과제 110개를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이번 인수위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다’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설명보다 정부조직법 처리가 어려운 국회 상황과 6·1 지방선거를 의식했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 듯하다. 여기에 더해 현행 여가부 소관 25개 법률을 기능 중심의 정부조직으로 이관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특히 “여성정책의 기획·종합”이라는 정부조직법 상의 여가부 기능을 위한 법률인 “양성평등기본법”과 “성별영향평가법”을 어느 부처 소관으로 할 것인가는 현행 정부조직 체계상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난제이기 때문이다. 여가부 소관법률은 그동안 여가부라는 대상 중심 정부조직을 전제로 해 만들어지고 개정됐다. 따라서 기능 중심의 정부조직으로 이관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 지점이 2008년 여가부를 여성부로 개편 할 때와 다른 점이다. 14년간 우리나라의 젠더정책의 발전과 젠더 관계의 변화를 생각하면 2008년과 2022년의 여가부 개편을 동일 선상에서 다뤄서는 안 된다.

젠더·세대 갈등 국정 의제화해야

그 사이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취임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 사회가 최근 당면하고 있는 젠더 갈등과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세대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우리 부처의 새로운 역할”이라며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처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 해결을 국정 의제화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추진체계를 새롭게 마련하는 정부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뜻대로 최대한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성별, 연령별로 분화돼가는 정책 욕구 등 변화된 정책 지형 속에서 여가부의 발전적인 미래 모습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를 바란다. 

성별근로공시제 채택은 진일보

이젠 우리의 눈을 여가부라는 정부조직에서 향후 5년간의 젠더정책, 즉 국정과제로 돌려보자.

국정과제는 정부 출범 이후 5년간의 국정 청사진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젠더정책과 관련한 주요 과제는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국정과제 50)과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시스템 확립”(국정과제 64)이다.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을 위한 과제 중 주목되는 것은 “성별근로공시제”의 단계적 도입이다.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성별근로공시제를 국정과제로 채택한 것은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다. 성별근로공시제는 모집·채용에서 퇴직에 이르는 고용의 전 과정에서의 성별 현황을 공개하고 성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제도다. 공시제도는 공시 대상, 공시 내용과 방법 등을 어떻게 제도화 할 것인가에 따라 정책의 효과가 좌우된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정치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 밖에도 ‘공정 채용법’제정과 육아휴직 기간 및 육아휴직 급여 적용대상(특고 등) 확대 과제 역시 성별에 의한 채용 차별로 인해 2030 여성들이 상처받고 좌절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공정한 채용을 위한 입법적 조치는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일가정양립지원 정책의 사각지대 해소 역시 오랜 시간 제기된 문제라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진일보하길 기대한다. 

5대 폭력 피해자 보호 강화도 포함

젠더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정책의 발전은 여가부 20년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의 잊혀질 권리 보장’을 위해 불법촬영물 삭제를 위한 정부 부처 간의 협업과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 재발급 등 행정 차원의 신변보호를 강화하고,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맞춤형 증거보전 제도 마련’이 국정과제가 됐다. 또한 ‘5대 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위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및 해바라기센터 등 전문성 강화, 신고부터 피해회복까지 5대 폭력(권력형성범죄, 디지털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도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젠더기반 폭력은 여성들의 일상의 평온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이로 인해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이 제약받고 있는 현실에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의 잊혀질 권리 보장’과 ‘5대 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는 시급히 추진돼야 할 과제다. 특히 권력형 성폭력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고, 데이트 폭력은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술 매개 젠더폭력 피해는 나날이 증가하고 그 피해도 기존의 지역, 국가를 넘어 무한 재생산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에서의 젠더평등과 젠더기반 폭력으로부터의 안전한 삶을 위한 과제들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것은 젠더정책의 환경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 국정 목표 어디에도 젠더평등은 보이지 않고, 관련 과제 역시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젠더평등 위한 정부조직으로서 여가부

여성의 일자리는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의 영향은 결코 성 중립적이지 않았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큰 피해를 경험했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노동시장에서 젠더 격차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채용 성차별,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성별임금격차와 유리천장 등은 노동시장에서 젠더 불평등한 현실을 보여준다. 여성의 건강은 그녀들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지위로 인해 악화되고 있고, 재생산권리는 위협받고 있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과제들이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젠더의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여가부의 몫이다. 여가부는 젠더평등을 위한 정부조직으로 성별, 연령별로 분화되고 있는 정책 욕구와 성평등 정책 지형의 변화 속에서 정책 방향을 재정립하고 대응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모아질 때 젠더정책의 발전은 물론 무너진 국민적 신뢰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젠더법학회장)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젠더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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