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하다 딸 보육 위해 '집안 남자' 자처전업주부로 사는 박종권씨

~B3-1.JPG

“처음에는 딸을 데리고 놀이터에 갔더니 엄마들이 애를 데리고 슬금슬금 피해요. 남자가 집에서 애나 보고 있으니 실업자나 뻔한 놈팽이려니 생각한 거죠. 한동안 딸 친구를 못 만들어줄 정도였다니까요.”

◀부인의 사회활동과 딸의 보육을 위해 집 '안'을 선택한 박종권 씨. 이들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은 앞으로의 사회에선 남녀 역할의 엄격한 분리보다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역할 분담과 운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일산에 사는 '전업주부' 박종권(39) 씨.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놀이치료실을 운영하는 부인 대신 5살배기 딸과 가사 일을 전담하고 있다. 일단 남자가 '전업주부'라니 독특하다. 박씨의 말마따나 옛날 같았으면 '고추 떼서 개나 줘라'는 말을 들었을 법하다.

물론 그도 처음부터 전업주부는 아니었다. 여느 한국의 가정처럼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 스스로도 '가부장적'이라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딸 지수가 태어나자 자연스레 전업주부가 되더라는 것. 딸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고 부부가 직접 키우기로 하고 보니, 당시 수입이 더 좋았던 아내가 바깥일을, 남편이 집안일을 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육아를 하다 보니 남자가 체력적으로 육아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우리나라도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는 이상 남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많이 변해야 합니다. 정말 아이를 위한다면 남자도 사표를 내고 육아를 책임질 줄 알아야지요.”

박씨가 미국에서 박사 과정(언론학)을 공부하던 당시 한국과의 문화적인 차이를 실감한 곳은 백화점 화장실. 남자 화장실에 의자치고는 작은 선반이 있어 물어봤더니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는 곳이었단다. 국내에서는 여자 화장실에도 기저귀 선반이 없었던 당시 미국에서는 벌써 아버지 혼자 아이를 데리고 쇼핑을 나오는 일이 일반화돼 있었다는 것이다.

박씨에게도 역시 주위의 시선은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다. 특히 노모는 아직도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고 널 유학까지 보낸 줄 아냐”시면서 잠을 못 이루신단다. 누나들도 못마땅해 하기는 마찬가지. 같은 여자들부터도 전업남편에 대한 인식이 서 있지 않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러나 박씨는 여자일, 남자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맞물린 쳇바퀴가 잘 돌아가야 하듯이 부부 중 어느 한 쪽만 잘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그는 “물론 경제적인 면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나름대로의 소신을 피력했다.

김은수 객원기자

cialis coupon free discount prescription coupons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