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의 W초대석] 양수화 이사장...‘문화예술 수준이 곧 국격’ 믿고 오페라 외길 31년
[박성희의 W초대석] 양수화 이사장...‘문화예술 수준이 곧 국격’ 믿고 오페라 외길 31년
  • 박성희 기자
  • 승인 2022.05.26 14:20
  • 수정 2022-05-27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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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글로리아오페라단 단장 겸 이사장
1991년 창단, 오페라 33편 139회 공연
양수화음악콩쿠르로 신인 발굴, 무대 제공
‘춘향전’ 등 창작 해외공연, K팝 등대 역할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어워즈’ 대상 수상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 이사장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 이사장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 이사장 겸 단장은 언제 어디서나 환하다. 우아한 외모, 깔끔한 차림, 분명하면서도 다정한 말씨는 한국 민간오페라단 대표주자의 격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오페라라는, 쉽지 않은 외길을 걸어온지 31년. 양 이사장은 긴 세월 지치지 않고 기쁘게 일할 수 있었던 건 ‘문화예술 수준이 곧 국격’이라는 믿음 덕분이었다고 했다.

30여년 간 ‘한국의 오페라 발전’과 ‘성악가들을 위한 무대 제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해온 데 대한 작은 보상일까. 양 이사장은 지난 3월 국립오페라단 창립 60주년을 맞아 제정된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어워즈’ 대상을 수상했다. 6월 17~19일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창단 31주년 기념 및 ‘오페라어워즈’ 대상 수상기념 공연으로 빅토르 위고 원작, 베르디 작곡 오페라 ‘리골레토’를 올린다.

고 김자경 선생의 뒤를 이어 한국 민간오페라단의 대모 역할을 해온 양 이사장은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통영은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씨가 탄생한 예술의 도시다. 양 이사장 집안에도 예술가가 많았다. 소와 목동의 화가로 유명한 고 양달석 화백이 큰아버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개설한 고 양광남 교수가 집안 오빠였다. 고모는 통영여중고 음악교사였다.

예술도시 통영 태생, 자매 모두 예술 전공

양 이사장을 비롯한 네 자매 역시 예술을 전공했다. 맏딸인 양 이사장은 음악, 둘째는 현대무용, 셋째는 서양화, 넷째는 연극영화였다. “할아버지가 독실한 크리스찬이셨어요. 자연히 우리 식구 모두 교회에 나갔지요. 제 경우 교회에서 노래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성악을 전공하게 됐어요. 고등학교 시절 통영에서 서울까지 레슨을 받으러 다녔지요.”

대학(이화여대) 졸업 후 곧 결혼했던 양 이사장은 남편의 권유로 교육대학원에 진학했다. 교육자가 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남편은 그에게 유학 가서 성악을 더 공부하라고 했다. “남편과 아들을 두고 미국으로 떠났어요. 브루클린음악원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줄리어드에서도 계속 공부했지요.”

식구들과 헤어져 꼬박 3년. 브루클린음악원 대학원을 졸업하고 카네기홀 독창회를 마친 뒤 귀국했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한편 각종 음악회와 오페라에 출연하던 그는 1991년 오페라단 창단을 결심했다. “결혼 20주년이 되던 해였어요. 시편 1장부터 150장까지를 세 번 읽으면서 오페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유학 시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 자주 가면서 문화예술이 경제수준의 척도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구요.”

양 이사장은 먼저 남편에게 물었다. “오페라단을 창단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느냐”고. 남편은 좋은 생각이라며 흔쾌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다 몇 가지를 들고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를 찾아갔다. 곽 목사는 대뜸 ‘글로리아’를 골랐다. 글로리아 오페라단은 그렇게 탄생했다.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 이사장 겸 단장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 이사장 겸 단장

 

남편 권유로 미국 유학, 91년 오페라단 창단

30여년 전이었다. 오페라단 운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양 이사장은 그래도 열정과 용기로 밀고 나갔다. 그동안 국내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을 잇달아 공연했다. ‘투란도트’ ‘가면무도회’ ‘모세’는 물론 ‘원술랑’ ‘원효’ ‘춘향전’같은 한국 창작오페라를 무대에 올렸다. 주위에선 모험이라며 걱정했지만 그는 과감한 선택을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작품을 올리고 싶었어요. 국내 오페라계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대가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한국 창작오페라 공연은 오페라인으로서 책무이자 숙명이라고 여겼구요. 음악과 연출이 잘 어우러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었어요.‘

그동안 공연한 오페라만 33편, 공연 횟수만 139회에 이른다. 양 이사장의 열정은 국내 공연에만 머물지 않았다. 1995년 광복 50주년 및 한일수교 30주년 기념으로 9월 15~16일 일본 도쿄 히도미홀(2300석)에서 한국창작오페라 ‘춘향전’(장일남 작곡)을 최초로 2회 공연했다. 성악가, 합창단, 무용단, 오케스트라 등 200여명의 대규모였다.

반응은 놀라웠다. 한국에 창작오페라가 있다는 데 놀라고, 원작의 문학성과 출연진의 뛰어난 가창력, 탄탄한 무대 구성에도 찬사가 쏟아졌다. 일본에서의 성공에 힘 입어 다음해인 1996년엔 미국 애틀란타로 갔다. 올림픽 문화 행사로 애틀란타 클레이튼아트센타(1800석)에서 한국의 창작 오페라 ‘춘향전’을 선보인 것이다.

창작오페라 ‘춘향전’, 일본· 미국· 프랑스서 공연

‘춘향전’은 2004년 프랑스 파리 모가도르극장(1800석)에서도 2회나 공연했다. 일본, 미국을 거쳐 오페라의 본 고장인 유럽에 상륙한 셈. 글로리아오페라단은 앞서 199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모리얼오페라하우스에서 8.15광복 기념 축하공연을 가졌고, 2000년엔 중국 정부 초청으로 베이징 자금성 내 중산음악홀에서 오페라갈라콘서트를 열었다. 2001년엔 호주 캔버라, 골드코스트, 브리즈번 등에서 신년음악회를 개최했다.

“오페라는 많은 인원이 움직여야 해 해외 공연이 쉽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무슨 힘과 에너지로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세계에 한국의 창작오페라를 보여주고 싶다는 간절함, 문화사절로 민간외교관 역할을 해야지라는 신념과 의무감, 사명감이 있어 가능했던 듯합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어려운 길이어서 힘들었지만 그만큼 추억도 많습니다.”

양 이사장은 2000년대에 들어서도 ‘시집가는 날’ ‘청교도’ ‘세빌리아의 이발사’ ‘토스카’ ‘마농 레스코’ ‘아이다’ 등 대작 오페라를 쉼 없이 올렸다. 음악· 무용· 연기· 미술 등 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예술 오페라와 각종 콘서트를 통해 오늘날 세계를 강타한 K팝의 등대 역할을 해온 셈이다. 이탈리아에서 의상과 무대미술품을 공수하고 현지 지휘자를 초빙하는 등 제작비 또한 아끼지 않았다.

“긍지와 자부심으로 일했지만 남편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믿고 도와준 기업의 후원도 큰 힘이 됐지요. 선배 음악인의 고귀한 희생과 경험 덕도 컸구요. 저 혼자였다면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양 이사장은 또 2011년 창단 20주년 기념으로 신진성악가를 발굴하는 ‘양수화 국제성악콩쿠르’를 제정하는 등 후배 성악가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한국 성악 발전에 기여하고 후배들도 돕고 싶었어요. 어느 덧 올해로 11회째네요. 10월 7일에 예선, 12일에 본선을 치릅니다. 입상자에겐 상금과 글로리아오페라단 정기공연 출연 기회를 제공하지요.”

양수화국제성악콩쿠르 제정, 11년째 운영

그는 ‘예술의 본질은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또 예술은 특정계층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나눠야 할 마음의 양식이라고 여긴다. 1948년 ‘라 트라비아타’ 공연으로 시작된 한국 오페라의 역사 74년. 양 이사장은 그 중 절반에 가까운 31년동안 한국 오페라 발전과 대중화, 세계무대 진출에 바쳐 왔다.

지난 3월에 수상한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어워즈’ 대상은 이런 그에게 한국 오페라계가 준 보상이자 보답이다. 양 이사장은 수상 기념으로 오는 6월 17~19일 서울 예술의전당오페라극장 무대에 주세페 베르디 작 ‘리골레토’를 올린다.

주세페 베르디 작 '리골레토'의 한 장면
주세페 베르디 작 '리골레토'의 한 장면

 

‘리골레토’는 ‘레 미제라블’로 유명한 빅토르 위고 원작 '환락의 왕'에 감명받은 베르디가 곡을 붙이고 제목을 바꾼 작품으로 사랑과 음모, 배신 등 비극적 인간관계를 총체적으로 그린다. ‘여자의 마음’ '그리운 그 이름' 을 비롯한 유명 아리아와 2중창, 3중창, 4중창, 남성 합창 등 아름다운 음악들로 이뤄져 있다.

“한국 오페라의 미래는 밝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성악 강국이에요. BTS를 보세요. 장르는 다르지만 한국인의 뛰어난 예술DNA를 엿볼 수 있잖아요. 우리 예술가들 모두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갈 거예요. 글로리아오페라단도 더 좋은 공연 위해 계속 노력할 거구요.” 양 이사장의 의지와 포부는 여전히 탄탄하다.

<양수화 이사장 약력>

이화여대 음대 및 동 교육대학원 졸업

미국 브루클린음악원 대학원 졸업, 줄리어드 음대 수학

카네기홀 독창회 및 음악회와 오페라 다수 출연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음악원 예술학 명예박사

평택대학교 부총장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어워즈 대상 수상

현) 사단법인 글로리아오페라단 이사장 겸 단장.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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